이스라엘, 엘리트 ‘두뇌 유출’·경제지표 ‘뚝뚝’[가자전쟁 1년]

가자 전쟁 발발 1주년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구시가지 성벽에 희생자들의 사진이 투사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1년간 이어진 전쟁에 레바논 등 중동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며 이스라엘의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엘리트 계층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이스라엘에 더욱 심각하고 장기적인 피해를 안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1년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 엘리트들의 ‘조용한 출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카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교 교수는 인질 석방과 휴전 협정을 요구하면서 “인질들이 송환되지 않으면 이스라엘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사회 계약이 무너져 국가 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사와 기타 전문가들의 ‘두뇌 유출’ 가속화를 이스라엘 엘리트들이 이미 이스라엘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로 꼽았다. 그들이 없다면 이스라엘은 미래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마스의 공습으로 주민 1200명이 살해되고 250여 명이 가자지구로 납치돼 인질로 붙잡히는 것을 본 이스라엘 국민 중 일부는 안보를 약속한 국가와 군대에 실망을 느꼈다. 병역이 면제된 초정통파 유대교도 남성들은 자녀를 군대로 보내 죽게 하는 상황이 되자 국가와의 계약이 파기됐다고 생각했다.

홍보 컨설팅, 약국 등의 사업을 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 노암씨는 유럽으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떠나는 주된 이유는 자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두뇌 유출의 공식 통계는 없지만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지난해 3만~4만명이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치카노베르 교수는 실제 두뇌 유출이 통계나 사례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조용한 출국’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뇌 유출은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이스라엘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0%로 1분기(3.43%)보다 크게 둔화했다. 가자 전쟁 직후인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6.48%포인트 급락한 -5.90%를 기록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자 전쟁 전 이스라엘의 올해 성장률을 3.4%로 전망했으나 전쟁 후 1.6%로 하향 조정했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경제연구원은 최근 “이스라엘 경제가 내년까지 회복될 조짐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며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이스라엘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유진 칸델과 행정 전문가 론 주르는 올해 초 논문에서 이스라엘이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향후 수십 년 안에 이스라엘이 주권적인 유대인 국가로 존재할 수 없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부문을 구축한 사람들과 글로벌 엘리트를 유치하는 데 필수적인 학교와 병원을 중심으로 이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우리 람 네게브벤구리온대학교 사회인류학 교수는 “군사적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국가가 실제로 포퓰리즘적 독재로 전환한다면 두뇌 유출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상류 중산층은 자녀들을 해외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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