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된 미국 중고 전기차…더 떨어진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오토쇼에서 테슬라 모델 S이 전시돼 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신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팔렸던 중고 전기차의 가격이 급락했다. 수요 부진 속에 전기차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중고차 가격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자동차 쇼핑사이트 에드먼즈를 인용해 지난달 기준 3년된 중고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이 2만8400달러(약 3859만원)로 지난해 대비 25% 하락했다고 전했다. WSJ은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중고차들의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제품들의 인기 모델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카구어스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모델 3’과 ‘모델 Y’의 중고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약 25% 하락했다.

중고 전기차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업체들의 출혈 경쟁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테슬라는 2023년부터 일부 모델을 최대 3분의 1까지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4월에도 테슬라는 주요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모델Y’의 가격은 종전 4만4990달러에서 4만2990달러로 2000달러(약 271만원) 인하됐고, ‘모델S’와 ‘모델X’의 기본 가격도 함께 인하했다. 지난해에도 테슬라는 인기 제품의 미국 판매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전기차 업계에서 가격 경쟁을 주도했다. 지속적인 가격 인하로 ‘모델 Y’의 판매가격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20% 이상 떨어졌다. ‘모델 3’의 판매 가격은 11% 낮아졌다.

테슬라는 북미를 대상으로 하는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서 “합리적인 가격은 우리 사명의 핵심”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출혈경쟁에 테슬라 기존 차주들은 불만이 크다. 2018년에 ‘모델 3’을 구매한 크리스찬 랭은 WSJ에 “신차 가격을 인하하면서 중고 전기차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가격이 차를 구입할 때 빌렸던 대출금과 유사해졌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전기차업체들도 공격적으로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WSJ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새 모델 할인 행사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며 저렴한 리스 상품과 저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하면서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정보 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전기차 리스의 월 평균 결제액은 지난해 950달러에서 8월 582달러로 떨어졌다. 이반 드루리 에드먼즈 인사이트 디렉터는 “2만8000달러짜리 중고 전기차 대출로 매달 지불하는 금액과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리스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리스 가격 인하는 현재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량을 증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2~3년 후에는 중고 전기차가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케빈 로버츠 카우어스 자동차업계 인사이트 책임자는 “이러한 상황이 전기차 가격 하락 압력을 더 가할 수 있다”며 “리스 차량을 소유한 자동차 제조업체와 대출 기관은 예상보다 빠른 중고차 가치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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