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노비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을 폐지하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IRA에 대한 미국 재계와 공화당 내 반응이 긍정적이라면서 “한번 시행된 법을 철회하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부르면서 당선되면 이를 폐기하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IRA 예산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IRA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청정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전기차 등에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왔다.
세액공제를 없애려면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행정부 차원에선 재무부가 담당하는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시행 규칙과 규정을 바꾸려고 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이에 저항하는 법정 다툼이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든 규정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가 추가 예산 집행을 늦추고, 세액공제와 관련된 사업 계획을 세우려는 기업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IRA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는 사업을 보조금과 대출 형태로 지원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자금의 경우 이미 지급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들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책정된 자금의 약 80%에 해당하는 925억달러를 이미 수여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자금을 환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아직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금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행정부가 의회가 책정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의회는 1974년 지출유예통제법(ICA) 제정해 대통령이 일정 기간 예산 집행을 보류하거나 의회에 불용 처리를 요청할 수 있지만 해당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금지했다.
2020년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 이견을 이유로 의회가 책정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예산을 보류해 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의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프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난 법원에서 ICA에 이의를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의회가 ICA를 폐지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기업들이 이미 IRA에 적응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를 폐지하려고 할 경우 첫 임기 때 건강보험개혁법(ACA·일명 오바마케어법)을 폐지하려고 했을 때와 비슷한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의 IRA 표결 당시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이후 공화당 지역이 IRA 혜택을 크게 봤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둔 지역구에 투입된 IRA 자금은 1610억달러로 민주당 지역구에 투입된 420억달러의 4배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의 에너지 세액공제를 유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이달 초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옥시덴탈 같은 석유회사들도 저탄소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IRA가 이런 사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군과 후원자 최소 7명이 IRA 세액공제의 혜택을 보는 기업들에 수억달러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자동차 업계도 IRA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달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 IRA를 통해 8억달러 상당의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그 이득이 증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닐 브래들리 미국상공회의소 최고정책책임자는 “IRA 전체의 완전한 폐지는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면서 “IRA의 조항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고 도끼보다는 메스로 다루는데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