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위에 탑’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40년만에 국보 승격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마곡사]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탑 위에 탑’이라는 별칭이 붙은 충남 공주 마곡사의 석탑이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지 약 40년 만에 국보가 된다.

31일 국가유산청은 보물인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 등 3건을 국보로 승격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 14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5층 석탑이다. ‘풍마동’(風磨銅·바람에 닳아서 빛이 난다)이라 불리는 길이 1.8m의 금동보탑이 몸체 위에 올려진 형태다. 석탑 위에 또 다른 탑을 쌓은 매우 특수한 양식으로 평가되는 탑이다. 국가유산청은 “금동보탑은 중국 원나라 등에서 유행했던 불탑 양식을 재현하고 있다”며 “제작 기법이 정교하고 우리나라 석탑에서는 유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상륜부의 금동보탑. [국가유산청]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지대석에 새겨진 해목형 안상. [국가유산청]

조성시기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고려 후기 충청과 호남 지역에 성행한 백제계 석탑 양식을 보인다. 2층 탑신에 조각된 동·서·남·북 사면의 머리 위 장식이 고려 후기 불상에서만 보이는 동그란 모양이다. 특히 동쪽에 새겨진 약사불이 든 약함은 뚜껑이 없는 위로 볼록한 형태인데, 이는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고려 1346년)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하다. 석탑의 맨 아랫부분에 하중을 지탱할 힘을 높이기 위해 놓은 지대석에는 게의 눈과 같은 형상의 곡선이 새겨져 있다. 이런 모양은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으로 불리는 형태로, 국내에서 현존하는 석탑 가운데 최초로 발견된 사례라 학술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 [국가유산청]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 [국가유산청]

마곡사 오층석탑과 함께 국보로 지정 예고된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와 김천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는 조선 후기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불화다.

해인사의 영산회상도는 비단 바탕에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장면이 묘사돼 채색된 그림이다. 석가여래는 크게 부각하고 나머지 도상은 하단에서부터 상단으로 갈수록 작게 그려 상승감을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그림 아래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1729년 의겸(義謙), 여성(汝性), 행종(幸宗), 민희(敏熙), 말인(抹仁) 등 불화를 전문적으로 그린 승려들이 참여해 제작했다. 제작 책임자 격인 의겸을 붓의 신선인 ‘호선’(毫仙)이라고 적은 점이 눈에 띈다.

1980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국보에 오르게 된 직지사 불화는 중앙의 영산회상도를 두고 좌우에 약사여래설법도·아미타여래설법도를 둔 3폭 그림이다. 현존하는 삼불회도 가운데 3폭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되고 규모까지 큰 불화로 꼽힌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국가유산청]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국가유산청]
화성 용주사 감로왕로. [국가유산청]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와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등 4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 크기의 나전 상자는 얇게 갈아낸 자개를 화려하게 장식해 고려 후기의 우수한 공예 기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발굴한 양양 선림원지 출토 불상은 오랜 기간 흙 속에 묻혀 있다가 약 5년간의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제 모습을 찾은 유물이다. 화성 용주사에서 불교 의례인 수륙재(水陸齋)를 지낼 때 쓰려고 제작한 불화인 감로왕도, 여러 경전에 들어 있는 참회 방법과 내용을 정리한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도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수백 년간 마을을 지켜온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와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를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국가유산청]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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