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적자시대에 드라마제작하는 방법[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배우들 몸값 낮추면 되지. 회당 몇억씩 주면서 배우 몸값 올려치기 너무 심하다."

지난 30일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가 적자 났다면 드라마제작은 어떻게 해야할까요[서병기 연예톡톡]〉라는 기사를 쓴 후 다양한 피드백들이 있었다.

작금의 드라마 제작 위기는 배우들의 초고액 출연료 자제로 해결하는 게 맞기는 하다. 가장 간단한 해결 방식이다. 하지만 실행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게 드라마 제작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수준까지 갔다 하더라도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신현택 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으로부터 2007년쯤 스타연기자들의 몸값이 치솟아 드라마 제작비 대부분이 이들 출연료로 사용돼 드라마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바 있다. 그러면서 회당 출연료 상한선을 1500만원으로 정했다고 했다.당시 '태왕사신기' 배용준의 출연료가 1억원 할 때였다. 그야말로 억소리 날 때였다.

자본주의 거래 질서상 합리적이지 않은 방안 같지만 신 회장의 말에 설득당했다. 하지만 그후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무용지물이 됐다. 이 규정의 예외적인 배우들이 한명씩 나왔고, 상한선 대로 계약을 한 후에 이면 계약을 따로 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회당 1500만원을 주고 스타배우를 기용할 수가 없게 됐다. 출연료 상한제를 요구한 제작사들이 오히려 손해를 본 아이러니가 나타났다.

초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만 논의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막장드라마로 데뷔한 한 배우는 데뷔작에서 회당 출연료 1천만원, 두번째 드라마 7천만원, 세번째 드라마 1억3천만원을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데도 주겠다는 드라마 제작사가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출연료 증가율을 막는 방법은 쉽지 않다. '오징어게임2'에서 회당 출연료 10억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 배우 이정재가 차기작 시리즈물에 회당 1억, 또는 2억원을 받겠다고 스스로 선언한다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출연료 질서가 조금은 '정리' 되겠지만, 그것만을 계속 요구할 수는 없다.

초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와 소속사는 출연료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출연료를 낮추기는커녕 공동제작사로 참여하고, 수익나누기(셰어)까지 계약서에 명기하길 바라고 있다. IP(지식재산권)까지 나눠갖자는 논리다. 이런 배우와 소속사에게 출연료를 낮춰달라는 요구는 앞으로 가고 있는 이들에게 뒤로 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투자를 받게 되거나 콘텐츠가 수출되는 것에 대해 스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한류스타배우들은 스타파워로 얻게 되는 이득, 자신의 스타성 때문에 제작비가 마련되고, 해외에 수출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만 낮추면 된다는 발상은 짧은 기간만 유효할지도 모르는 감성적 해결책이지 장기적이면서 시스템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니까 플랫폼 종사자나 콘텐츠 제작자들은 스타배우들에게는 제작비 사정을 감안해달라고 요구하는 작업과 동시에 콘텐츠의 수익 다각화, 비(非)스타배우의 활용법, 다른 산업과의 연계 등으로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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