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한국산 농기계가 일본을 뛰어넘는 날을 꿈꾸며

지난달 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간 ‘한-필리핀 양국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필리핀에 한국농기계 전용공단 조성을 공식발표했다.

한국의 농기계 중소기업들이 필리핀 농업시장에 들어가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작년 6월, 필자가 속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필리핀 마라카낭 대통령궁에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이와 관련된 공식면담을 갖고 한국 농업 기계화 성공사례에 대한 공유와 함께, 필리핀 농기계 산업 발전에 대한 포부를 밝힌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순방을 통해 농기계협동조합은 필리핀 농업부와 농기계전용공단 추진 MOU를 체결하게 되었다. 한국 민간단체 최초로 필리핀 정부와 맺은 협력 약속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농기계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이나 품질은 우수하지만, 해외시장 정보 수집과 분석, 언어적인 부분에서 취약해 현지형 농기계 개발의 어려움을 겪다보니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우리 조합은 해외 농기계전용공단 건립을 적극 추진해왔고, 필리필에서 그 첫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필리핀에 한국농기계 전용공단이 건립되면 우리 기업들은 필리핀 시장 진출과 동시에 수출길이 열려 해외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아직 공단 조성까지는 머나먼 여정이지만, 이번 국빈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상대인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바 있어, 매우 강한 성공 예감이 든다.

사실 이러한 성과의 기반에는 오랜 기간 필리핀 농업부 산하 필리핀농업기계화담당청(Philmech)과 협력을 통해 필리핀 현지에 필요한 농기계를 개발, 공급하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 현지형 농기계를 개발한 후, 우선 구매조건으로 콘밀(corn mill) 개발 협력을 시작으로 망고 등 필리핀산 과일 수확용 고소작업차 등 5개 품목에 대해 필리핀 자체 구체적인 테스트 등을 통과하는 등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착실히 절차를 밟으며 협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올해 필리핀에 700만불 수행 대행을 하는 실적을 올렸고, 동남아시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일본 농기계의 점유율이 높은 데에 비해, 필리핀에서 만큼은 우리 농기계가 일본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해, 유일한 예외 국가가 되다는 점은 남다른 자부심이다.

오랜기간 필리핀 정부와 소통하며 쌓아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필리핀 농업계에 한국에 대한 이해도 및 관심이 커졌고, 때마침 13년 만에 성사된 윤 대통령의 국빈순방이 더 큰 기회를 열었다고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필리핀에서 필요로 하는 농업기계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우리 농기계가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기업은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자본과 전략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에 필자가 속한 우리 조합의 사례가 큰 희망이 될 것이라 본다. 한국산 농기계가 일본을 뛰어넘는 그날을 꿈꾼다.

이시민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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