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저녁식사·빨래·청소 포함” ‘월 300만원’ 입주 돌보미 구인공고 논란

한 여성이 아기를 안은 채 집안일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월 300만원에 생후 2개월 아기를 돌봐 줄 입주 도우미를 찾는다는 구인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부부를 위한 식사 준비뿐만 아니라 가족 집안일까지 요구해서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주 5일 입주 조건으로 “2개월 여아를 돌봐줄 분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구인 글에 따르면 일요일 오후 8시에 출근해 금요일 오후 8시까지 일할 경우 월급이 300만원이다. 대체공휴일과 임시공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며, 퇴직금과 4대 보험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최근 당근마켓에 올라온 입주 돌보미 구인공고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작성자 A씨는 “전반적인 아이 케어뿐 아니라 성인 가사, 부부 저녁식사 포함한 요리, 어른 빨래, 거실·안방·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배출 등을 하실 수 있는 분을 적극 우대한다”면서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세탁건조기 갖춰져 있으나 청소기·밀대로 직접 하실 수 있는 부지런한 분 원한다”고 적었다.

이어 “아기 달래고 안아주기, 2~3시간마다 모유 수유 돕기, 분유·영양제 먹이기, 이유식 만들고 먹이기, 기저귀 갈기, 아기용품 소독, 아기 빨래, 아기 방 청소, 책 읽어주기, 동요 부르기, 산책, 재우기 등을 (해야 한다)”면서 “밤에 아기를 데리고 주무실 수 있어야 하며 아기 자는 도중에 부모가 아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공고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네티즌은 “입주 베이비시터인데 꼴랑 300을 준다고? 그리고 부모 조부모 다 있는데 성인들 가사 도우미 일까지 죄다 하라니”, “하겠다는 사람 있어도 뜯어 말려야 된다”, “이건 노예 수준이다” “저 정도면 1000만원은 줘야 할 것 같다”, “24시간 풀근무다”, “상주도우미+베이비시터를 300만원에 퉁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지난 8월 도입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238만원으로 책정됐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ILO) 협약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해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 시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국외 인력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이주노동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본 업무는 ‘돌봄’이다. 아이 옷 입히기, 목욕시키기, 이유식 조리, 임신부를 위한 식사 준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6시간 이상 서비스’의 경우 어른 옷 세탁과 설거지, 청소기·마대걸레로 바닥 청소 등이 가능하다.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가사 도우미가 집안일까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커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필리핀 가사 도우미는 “업무 지시를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정부가 아닌 돌봄 도우미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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