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1400개 박힌 ‘킬힐 부츠’…무대 위 신스틸러

뮤지컬 ‘킹키부츠’ 다른 주인공 부츠·의상
주인공 롤라 의상만 15벌…엔젤도 6벌씩
옷감공수 위해 전세계 돌아다니며 찾아
남자배우 위해 강철로 부츠 내구성 키워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화려한 드랙퀸(여장 남자)들로 대표되는 뮤지컬 ‘킹키부츠’가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았다 [CJ ENM 제공]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 이렇게 부드러운 살결, 내 몸에 반할걸, 나는 자유 나는 욕망, 난 모순적인 그대 환상….”(뮤지컬 ‘킹키부츠’ 넘버 ‘랜드 오브 롤라’ 중)

아찔한 킬힐에 스와로브스키가 촘촘히 수놓아진 새빨간 미니 원피스를 입은 롤라(강홍석 분)가 등장하면, 공연장은 감당 못할 데시벨로 채워진다. K-팝 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과 함께 슈퍼스타 롤라는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파워풀한 목소리가 담아낸 소울, 템포를 가지고 노는 ‘미친 에너지’는 전 세계 뮤지컬 사상 다시 없을 등장신이다.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이라며 근육으로 다져진 거대한 두 팔을 들어올리면, 그의 이름이 절로 나오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1979년 영국 노샘프턴. 수제화 공장이 줄줄이 폐업하던 시기, 드래그 퀸(남장 여자)을 위한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살아남은 한 신발 공장의 실화가 다큐멘터리(1999)·영화(2005)·뮤지컬(2012)로 만들어진다. 그것이 바로 ‘킹키부츠’다. 2014년 한국으로 상륙한 뮤지컬은 눈과 귀를 자극하는 화려한 의상과 신발, 세계적인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중독성 강한 노래, 격렬한 춤을 보여주며 지난 10년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은 드래그 퀸 롤라와 아버지가 일궈온 신발 공장 ‘프라이스 앤 선’을 물려받은 초보 사장 찰리, 롤라의 유쾌한 친구들인 여섯 명의 엔젤과 공장 사람들이 이끌어간다. 여기에 이름을 감춘 숨은 주인공들이 또 있다. 드래그퀸과 신발 공장 소재를 완벽히 빛내주는 존재들. 등장인물 통틀어 총 45벌에 달하는 의상과 20켤레의 신발들은 이 작품의 정체성과도 같다.

10주년 공연에 한창인 한국의 ‘킹키부츠’하나의 무대가 만들어지기까진 수많은 이야기가 담깁니다. 스포트라이트는 무대 위의 ‘주인공’에게 쏟아지나, 그 뒤엔 자신의 이름을 감춘 무명의 존재들이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물질하며 자신만의 숨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무대 뒤의 모든 존재를 담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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