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장기화될 시 산업 정책 추진 악영향
내년 3월 목표 체코 원전 수출 본계약 진행 중
“리스크 사라지지 않으면 일정 연기될 수 있어”
석유화학 지원책 발표도 늦어질 가능성에 무게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최근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 추진 사업인 체코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수출, 석유화학 지원책 발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은 사업에 악영향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후폭풍,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등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했던 산업 정책에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련의 사태로 국무위원 전원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 관련 부처 수장들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차질이 없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공백이 장기화될 시 정책 추진에 악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체코 정부와 원전 수출 본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체코 정부는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1000㎿ 규모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계약 규모는 24조원으로 원전 수출 기준 역대 최대이다. 정부는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체코 정부와 지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체코 원전 수출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원전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이른바 원팀을 이뤄 경쟁국인 프랑스를 꺾었다. 탈원전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은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과 체코 원전 수출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 공백이 생긴 만큼 체코 원전 계약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대외 신뢰도가 하락해 계약 체결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체코는 목표했던 전력 수급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국정 공백이 장기간 이어질 시 계약 일정에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사 제공] |
석유화학 산업도 국정 공백 여파로 피해를 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이달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부 발표안에는 금융 및 세제 지원방안, 신사업 육성 지원책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장기화된 시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3분기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손실 380억원, 롯데케미칼은 41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의 흑자 전환이 어려워지자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은 조정하는 것은 물론 유휴자산 및 해외 자회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석유화학 시황 부진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 정책 발표가 늦어지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 중동에서도 석유화학 제품 증설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석유화학 시장에선 리스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정부 지원책 발표마저 연기되면 기업들의 겪는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