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매도로 투자비중 줄고 주가도 주춤
금융지주, 해외 네트워크 통해 밸류업 약속
김병환·이복현, 적극 소통 당부하며 힘실어
금융사들은 탄핵 정국 속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김벼리·유혜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주를 매도하고 나서면서 주가도 휘청이고 있다. 금융사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견고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알리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주요 은행 기업활동(IR) 담당 부서로 국내 경제 상황과 투자 자산의 안전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지속 추진 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을 접한 현지 투자자가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조짐은 감지된다. 한국거래소·코스콤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5거래일 동안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1.21%포인트(p) 감소했다. 신한지주(0.7%p)과 하나금융지주(0.44%p), 우리금융지주(0.28%p)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있었다.
올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시행으로 이들 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상승해 왔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다시 쪼그라든 것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0일 기준 평균 62.75%로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지분 이탈에 따른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요 외신이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 인식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를 ‘터뷸런스(난기류)’라고 표현했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한국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빠지면서 금융주 주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KB는 지난 3일 10만1200원에서 전날 8만3300원으로 17.7% 떨어졌고 같은 기간 ▷하나(-13.2%) ▷신한(-11.4%) ▷우리(-10.2%) 등도 10% 넘게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은행주가 피해주로 인식되면서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금융지주는 외국인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패닉 셀’ 막기에 나섰다.
일단 KB금융그룹은 주요 글로벌 투자자에게 서한을 보내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올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방안에 대한 변함없는 이행을 약속했다. 서한에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리스크 관리를 통해 밸류업 방안을 변함없이 이행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쓰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KB금융은 투자자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기존 투자자는 물론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룹 컨퍼런스 콜과 대면미팅을 여는 등 실시간 정보공유로 투자자 이탈과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해외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 등을 진행하며 시장 변동성 관리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20개국 250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 회복력에 대해 소통하고 있으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동성을 포함해 리스크 전반에 대해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함영주 회장을 포함한 그룹 경영진과 이사회가 해외투자자와 대면·비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진출국 현지에 24시간 상시 대응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율 상승에 대비해 위험가중자산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으로 이사의 최종 임기 관련 제한을 완화했다.
지난 9일에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의지와 그룹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한 밸류업 계획 이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열어 흔들림 없는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등은 홍콩 현지에서 다수의 해외 금융기관 관계자와 회의를 열 게획이다. 그룹 경영진도 해외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도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해 시장 변동성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밸류업 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을 약속하는 등 대외 신인도 유지를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최상목(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금융권의 이러한 노력은 각 금융사의 건전성 확보는 물론 국가 전반의 대외신인도 사수와도 연결된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해외 투자자, 외국 금융기관과의 소통을 주문하고 나선 것도 같은 차원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KB·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해외 소통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 소통해달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직접 글로벌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를 만나 리스크 대응을 설명하는 등 은행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