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시작이 한 달여를 앞두고 있다. 취임과 함께 그가 발표할 수많은 행정명령에는 세계 경제성장, 무역 및 투자에 큰 변화를 미칠 정책과 조치가 포함될 것이다. 관세인상과 같은 보호주의 조치는 원자재와 상품 가격을 상승시켜 글로벌 공급망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조정 등은 청정기술 제조와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그 결과 2025년은 산업 및 통상환경의 대변화를 극복해야 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의 상승,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로서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려는 트럼프는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친환경 정책의 후퇴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성장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도 우리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검토했지만, 당시에는 실행되지는 않았다. 전기차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수출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시장 역시 미중 간 패권경쟁에 지배될 것이다. 대중 수출통제와 압박은 첨단과 범용을 가리지 않고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은 해외직접제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근거로 활용하여 자국 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와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으려 한다. 이러한 수출통제는 동맹국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만한 요소도 없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는 추가적인 혜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업계가 그동안 미국 현지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온 것이 상대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와 수출입 통제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업계에 분명한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변화하지 않을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대만의 지정학 문제 등으로 인해 트럼프도 바이든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청정기술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투자 역시 미국의 입장 후퇴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 및 화석연료 우대정책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우리를 무섭게 추격하거나 이미 앞서가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 대응할 시간을 벌 기회로 해석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 나가려면 정부와 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업계로서도 한 편으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협력 등 무역선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인수합병 추진, 파트너십 강화, 내부역량 구축 등을 통해 기술개발 및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2025년에 예상되는 글로벌 복합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와 철저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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