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량돌진 테러로 5명 사망…용의자는 사우디 출신 의사

200명 이상 부상
당국 “이슬람 혐오주의자 범행”


차량이 돌진해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독일 작센안할트주 주도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2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 희생자가 5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독일에 20년 가까이 거주한 반(反) 이슬람 극우주의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가 독일 정부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작센안할트주 당국은 21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41명은 중상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9세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

경찰은 전날 오후 7시께 BMW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몰고 인파 속으로 돌진한 용의자 탈렙 A(50)를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체포하고 마그데부르크 남쪽 소도시 베른부르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마그데부르크 검찰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난민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낸시 페저 내무장관은 “범인이 이슬람 혐오주의자라는 사실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체포 직후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다가 2006년 독일로 이주한 뒤 2016년 영주권을 얻고 심리치료 의사로 일해왔다. 그는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박해받는 여성들의 망명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반이슬람 성향을 보였다.

용의자는 2019년 6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인터뷰에서 “이슬람에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에 썼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망명을 결심했다”며 “나는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이슬람 비판자”라고 말했다.

그는 모국 정부의 여성 탄압과 감시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도망한 여성을 데려오는 게 모든 남성의 의무”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일을 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소총 사진과 함께 “독일이 국내외에서 사우디 출신 망명자들을 사냥하며 삶을 파괴한다”,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한다”고 적었다. 자신이 독일 정부로부터 박해받는다며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독일 경찰이 반이슬람 운동을 방해하고 이슬람주의를 조장하고 있으며, 경찰을 보호하려면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FAZ는 “엑스를 보면 독일과 이민정책에 대해 점점 비판적으로 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년과 달리 피해망상 징후도 보인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2013년 협박죄로 독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범행 전날에도 다른 혐의로 재판이 잡혀 있었으나 불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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