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한달 남았는데…독일·프랑스·영국도 ‘리더십 휘청’

독일·프랑스 내각 붕괴…영국 총리는 지지율 ‘뚝’

러-우 전쟁 등 트럼프와의 협상력 우려

트럼프 측 “러-우 국경에 유럽군 배치”

 

2017년 백악관 기자회견 중 손을 맞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지도자 공백으로 위기에 처했다.

유럽 전통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 내각이 붕괴하면서 유럽연합(EU)이 트럼프와의 협상력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독일 내각이 붕괴하면서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졌고, 프랑스 내각도 3개월 만에 무너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관례를 깨고 제1당인 좌파연합(신인민전선·NFP) 총리를 임명하지 않자, 62년 만에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지난 16일 독일 의회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불신임되면서 독일도 내년 2월 조기 선거를 앞두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유럽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지만 유럽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취임 5개월이 됐지만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하는 등 스타머를 위협하고 있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이끌고 반(反)이민, 탄소중립 정책 반대 등을 내세워 트럼프 당선인을 줄곧 지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외교 협상에서 불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피터 리케츠 전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유럽에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을 이용해 트럼프는 유럽연합을 더욱 무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라르 아로 전 프랑스 대사는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 주요국들이 이렇게까지 약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의 동맹 본부에서 이틀간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협의회에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

특히 3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유럽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대신 1200km에 달하는 국경 완충지대를 유럽군이 지키는 안을 구상 중이다. WSJ은 트럼프 측근을 인용해 “미국은 훈련과 기타 지원은 맡겠지만, (완충지대에서) 총을 드는 것은 유럽의 나토 병력이어야 한다. 미국 병사는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이 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위원회 연구책임자는 “유럽 정상들을 분열하지 않고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이에서 유럽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