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불과한 지방공항 8곳…관리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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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예방 전담인원이 4명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타 지방공항들도 관련 인력 등 조류 충돌 방지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류충돌은 이번 여객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30일 한국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의 조류 충돌 예방 전담인원은 4명이다. 전날 사고 당시 4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고, 이 중 1명이 야외에서 3교대로 근무 중이었다.
버드 스트라이크라 불리는 조류 충돌은 대부분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고 공항 주변에 서식하는 새들과의 충돌이 주요 원인이다. 시속 370km로 이륙하는 항공기가 1㎏가 채 안 되는 새 한 마리와 부딪히면 약 5톤(t)의 충격이 가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사고 발생 시 큰 충격이 가해지는 만큼 보다 철저한 예방 및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당장 ‘조류 충돌 발생률 1위’ 무안국제공항의 예방 전담인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9년~2024년 8월 기준 1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건수로만 따지면 14개 지방공항 중 9번째로 많지만, 그 시기 운항편수(1만1004편)를 고려하면 발생률 0.09%로 1위다. 조류 충돌 예방 전담인원이 충분치 않았다는 견해가 나오는 대목이다.
문제는 타 지방공항들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선 취항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의 승격을 추진하는 지방공항이 다수인데 공항 안전관리의 핵심인 조류 충돌 인원은 불과 2~4명 수준이다.
공항 크기와 운항편, 이용객 규모에 따라 인력 배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2~4명 수준의 전담인원으로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5년간(올해 8월까지) 조류 충돌 발생률 약 0.08%(운항편수 6271편·사고 5건)로 2위인 경남 사천공항은 전담인력이 2명 뿐이다. 물론 이용객이 타 공항 대비 적은 편이긴 하지만 발생률을 보면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 더욱이 사천공항에는 내년부터 소형항공사가 재취항을 계획하고 있고, 경남도가 우주항공청 개청에 따른 국제공항 승격을 추진하고 있어 조류 충돌 예방 관련 인력이 증원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국제선 취항을 준비 중인 포항경주공항도 조류 충돌 발생률은 0.03%(운항편수 9825편·사고 3건) 수준이지만 담당 인원은 2명이다.
이밖에 ▷원주공항 2명 ▷양양국제공항 3명 ▷여수·울산·광주 공항 4명 ▷청주·대구국제공항 8명 ▷김해국제공항 16명 ▷제주국제공항 20명 ▷김포국제공항 23명 등 조류 충돌 예방 전담인원으로 두고 있다. 올 10월 기준 7개 지방 국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가 1534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급증하는 등 이용객이 늘어나는 만큼 항공 안전의 큰 위협으로 꼽히는 조류 충돌 방지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력 증원뿐 아니라 담당자의 전문성, 그리고 조류 충돌 방지 시설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력뿐 아니라 그러한 담당인원의 전문성도 중요하다”며 “2~4명 배치된 인력이 기존 공항 업무를 하던 인원인지, 아니면 조류 충돌 감시와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인원인지 등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 중요한 건 조류 충돌 방지 장비가 현대화되어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라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인력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규모가 작은 공항들은 운항편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인원이 몇 명인가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관계기관에서도 조류 충돌은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력, 장비 추가 투입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또한 함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철새 이동 경로나 철새 유형 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조류 충돌 방지에 있어서도 이에 맞춰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향후 조사를 통해 해당 인력들의 구체적 활동 내역, 시설 작동 여부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타 지방공항의 조류 충돌 방지체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무안공항은) 전담인력 4명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있고 실제 운영은 주중 2명, 주말 1명 이렇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1차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며 “전반적인 규정이나 위반 여부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이 있었는데 다른 공항들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부족한 부분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