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 근처에서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21년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을 미화하려는 움직임에 미국 언론이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의회 폭동 사건을 ‘사랑의 날’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의 전모와 그 후 상황을 상세히 되짚으면서 트럼프 당선인 측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난 4년간 음모론을 퍼뜨리고 ‘순교 이야기’를 엮어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파병을 통한 북러관계의 혈맹으로의 진화는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로이터] |
의회 폭동은 당시 낙선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펴며 지지자들 앞에 나타나 대선 불복 선동을 한 후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청사에 난입한 사건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약 1572명이 기소됐다. 이 중 실형을 선고받은 645명을 포함해 1200명 이상에게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팀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은 의회 폭동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류 매체들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실을 보도하기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은 1월 6일 사태에 대한 좌파의 공포 유발 시도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취임 예정인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트럼프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사면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폭동 가담자들은 관련자 전원에 대한 일괄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폭동 당시 사진. [AP] |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하겠다는 트럼프의 방침에 대해 민주당 측과 사태 당시 현장 대응을 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피터 웰치 연방상원의원은 AP에 “승자들이 역사를 쓰며 트럼프가 승리했다”며 “트럼프는 평화적 집회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명백히 완전히 거짓이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의회 폭동 4주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며 “의회 폭동은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회 폭동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의원도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폭력행위를 계속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겼다”며 “의회 폭동은 당일에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의회 경비대에서 근무하다가 폭도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고 퇴직한 전직 경찰관 아퀼리노 고넬은 5일자 NYT에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의 폭동 가담자 사면 방침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약속한 (사면) 조치는 우리가 모든 것을 걸었던 정의를 지워버릴 수 있다”며 사면 조치로 약 800명에 이르는 범죄자가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입은 중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고넬은 AP통신에 “돌이켜보면 마치 아무런 보람도 없었던 것 같다”며 트럼프의 폭동 가담자 사면 계획에 대해 “배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