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더 비싸게 샀는데” 아무도 몰랐다…‘위조 달걀’ 충격

위 사진은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비싸도 믿고 샀는데.”

달걀 껍데기에 새겨진 사육환경번호. 건강한 환경에서 키워진 닭이 낳은 달걀인지 판별하는 번호다. 1번과 2번이 동물복지달걀에 해당된다.

통상 동물복지달걀은 1.5배 이상 비싸다. 30구 기준으로 보면 3000원까지도 가격 차가 난다.

비싸더라도 건강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큰마음 먹고 사는 달걀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자의 마음을 악용, 번호를 위조해 판매하는 이들까지 나왔다는 데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작년 11월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축산물 위생관리법과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식용란 유통·판매업체 9곳과 가축사육업 3곳이 적발됐다. 식약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닭장에 갇힌 산란계 [동물권행동 카라]


방사사육 [동물자유연대]


달걀 껍데기에는 산란일자(4자리), 농장고유번호(5자리), 사육환경번호(1자리)가 표시된다. 이 중 사육환경 번호는 방사 사육이 1번, 축사 내 평사 2번, 개선된 캐이지 3번, 기존 캐이지 4번으로 표시된다.

즉, 닭장에 갇히지 않고 야외에서 치는 닭(방사)이 낳은 달걀엔 1번이 표시되고, 실내에서 돌아다니면서 키우는 닭의 달걀은 2번이다. 통상 1~2번을 동물복지달걀로 분류한다.

3번, 4번은 닭장에 갇힌 닭들이 낳은 달걀이다. 특히, 4번 달걀은 닭장의 면적이 0.05㎡, 즉 A4 용지 크기의 닭장이다. 여기에 갇혀 평생 움직이지도 못한 채 살며 낳은 달걀이 4번이다.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달걀. [헤럴드DB]


지난 2017년엔 ‘살충제 달걀’이 논란이었다. 공장식 닭장에선 닭들이 흙 목욕 등으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없어 살충제를 쓰기도 한다.

이번에 적발된 식용란수집판매업자 A의 경우 달걀 껍데기에 사육환경번호 표시가 없는 상태로 달걀을 매입, 이후 1번 달걀로 표시해 유통시켰다. 이 같은 조작 달걀의 판매량이 단 2개월에만 56만개에 달했다. 판매가로는 약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번 특별점검은 1번으로 표시된 달걀의 유통량이 과도하게 많은 농장과 유통업체를 선별해 실시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조사한다면, 유사한 위조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달걀 껍데기에 거짓으로 표시한 5곳 외에도 식용란선별포장처리대장 미작성 및 거짓 작성(3곳), 거래명세서 허위 발급(3곳), 거래명세서 미보관(1곳) 등이 적발됐다. 거짓 표기에는 여러 산란일의 달걀에 가장 최근 산란일자로 통일해 표기한 사례도 나왔다.

식약처 측은 “위반업체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서 행정처분 후 재점검해 개선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소비자로부터 취한 부당 이득이 철저히 환수되도록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