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업들, 사외이사로 ‘전관’보다 ‘전문가’ 택했다

30대 기업 신임 사외이사 동향
‘전관’ 예우 옛말…전문가 인기
법조·재무통 인기 여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진용을 새로 짜고 있다. 이사회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고결정기구인 만큼 구성 변화를 통해 그 기업의 전략과 포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최대주주와 거리를 둔 위치에서 비교적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 기업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 어떤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 관료 출신이나 법조인 일색이었던 사외이사들이 산업별 전문성이 갖춘 인사들로 바뀌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주요 30개 기업 중 8곳이 올해 신규 사외이사를 내정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1명) ▷현대자동차(3명) ▷LG(1명) ▷LG전자(1명) ▷신세계(1명) ▷두산밥캣(1명) ▷카카오(1명) ▷네이버(1명)로 총 10명이다.


현대차, 새 사외이사 전원 해외파


이번에 내정된 현대차 사외이사는 전원이 해외파인 동시에 현대차가 추진하는 신사업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올해 사외이사 후보로 벤자민 탄, 도진명, 김수이를 선정해 내달 20일 주주총회를 거쳐 사외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 최초의 싱가포르 국적 사외이사 후보인 벤자민 탄 후보는 해외 금융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1998년 미국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를 거쳐 2004년부터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맡았다.

도진명 후보는 인공지능(AI) 전문가이면서, ‘수소’라는 특이 이력까지 가지고 있다. 2017년까지는 반도체 기업 퀄컴에서 아시아 지역 부회장을 지냈으며,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그린수소 생산 전문기업인 엘리먼트 리소스 등기임원을 맡았다. 현대차는 올해 사업목적에 ‘수소사업’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상용화 추진에 나선 바 있다.

외국계 회계사 출신 경영자인 김수이 후보는 1996년 PwC 회계사를 시작으로 맥킨지&컴퍼니, 칼라일 그룹,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속 전문가 영입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 초격차라는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관련 권위자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또 2023년 대한전자공학회장, 2022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AI 회로 및 시스템 컨퍼런스 총괄 의장을 지냈다.

삼성전자가 신규 선임한 사내이사(전영현 DS 부문장, 송재혁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까지 포함하면 이사회에만 3명의 반도체 전문가가 포진한 셈이다. 반도체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력 사업에 경쟁력을 높여 정면돌파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법조재무통 인기는 여전


카카오, 두산밥캣, 신세계는 법조계 출신 인물을 내세웠다.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는 향후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로 해석된다.

김선욱 카카오 사외이사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다. 동시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보건복지부 적극행정지원위원회 위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분과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두산밥캣은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서울지방법원 판사 등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로 있는 김무겸 후보를 내세웠다.

신세계에 사외이사로 내정된 진희선 후보는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행정2부 시장을 지내고 현재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로 재임 중이다. 동시에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맡고 있다.

재무 전문가 인기도 여전히 많았다. ㈜LG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인 정도진 후보를 내정했다. 그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덕성여대 회계학전공 교수인 김이배 후보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한국회계정책학회장, 한국정부회계학회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금융위원회 회계제도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LG전자의 경우 인사관리 전문가를 내세웠다. LG전자가 내정한 강성춘 후보는 한국인사조직학회 출신이자 현재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으로, 현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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