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빅테크’ 알리바바·텐센트 첫 키노트
자체 AI칩 개발 총력…‘中 반도체 자립’ 주도
‘낸드 굴기’ 양쯔메모리 발표 내용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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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자회사 ‘핑터우거(平哥)’가 2021년 9월 인공지능(AI) 반도체 ‘한광 800’을 소개하는 모습. [핑터우거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 속에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행사가 오는 12일 선전에서 개막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한·미·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가운데 ‘중국 IT 공룡’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올해 처음 기조연설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자체 칩 개발에 공들이고 있어 이번 기조연설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거대 기업의 가세로 중국 반도체 업계가 안방에서 열리는 행사를 통해 전년보다 더 강한 ‘세몰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 플래시 마켓 서밋(CFMS) 2025’가 오는 12일 중국 선전에서 ‘메모리 스토리지 환경 및 가치 재편’을 주제로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마이크론, 키옥시아, 인텔, Arm, 퀄컴 등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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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욱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소프트웨어 개발팀 부사장. [CFMS 2025 홈페이지] |
첫 해인 2017년부터 꾸준히 참가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오문욱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소프트웨어 개발팀 부사장을 기조연설자로 내세웠다.
지난해 처음 기조연설을 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기조연설과 전시부스 없이 스폰서 업체로만 이름을 올렸다. 자회사 솔리다임만 작년에 이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21명의 기조연설자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불리는 중국 IT 3대장 중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등장이다.
알리바바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자회사 ‘핑터우거(平哥)’의 저우관펑 반도체 제품 이사를, 텐센트는 왕지아 텐센트클라우드 운영체제(OS) R&D 이사를 각각 기조연설자로 내세웠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7년 전 반도체 산업에도 뛰어들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자회사 핑터우거가 있다.
핑터우거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항저우에서 탄생했다. 이듬해 9월 그래픽처리장치(GPU) 10개 수준의 성능을 갖춘 인공지능(AI) 반도체 ‘한광 800’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1년엔 5나노(㎚) 공정을 적용한 클라우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이톈 710’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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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낸드플래시 메모리 행사 ‘차이나 플래시 마켓 서밋(CFMS) 2024’ 모습. [CFMS 홈페이지] |
텐센트 역시 자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에 몰두하다가 2021년부터 반도체 설계 및 품질 엔지니어를 직접 채용하며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주최 측은 YMTC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발표를 통해 독자 기술개발 현황과 반도체 산업 발전상을 소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도 2년 만에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높은 점유율로 지배해왔지만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D램 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YMTC의 성장이 돋보인다.
YMTC는 올 1월 업계 최초로 294단 낸드를 양산했다고 발표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도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10%)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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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전 분기보다 9.7% 감소해 56억달러에 그쳤다. 업계 1위를 지켰지만 시장 점유율은 1년 전 35.2%에서 33.9%로 감소했다.
2위 SK하이닉스도 매출이 같은 기간 6.6% 줄어 33억9000만달러(자회사 솔리다임 포함)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20.5%다.
최근 합병설이 재점화된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은 1년 전보다 소폭 올라 각각 16.1%, 11.4%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을 합치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관련 기업 수가 많은 데다 업체 간 격차도 크지 않아 낸드플래시 시장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YMTC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업체들의 감산 노력에도 그 효과는 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1분기 낸드플래시 산업 전체 매출은 전 분기보다 최대 20% 감소할 것”이라며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가격이 안정되는 올해 하반기에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