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으로 총 1032가구로 재탄생
문정시영·건영아파트도 건축심의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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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아파트’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리모델링 사업에서 ‘인허가의 첫 단계’로 꼽히는 건축심의 절차 통과에 애를 먹던 ‘옥수 극동’ 아파트가 4년 장고 끝에 통과되면서, 업계에 환영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간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규제·인허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이번 통과로 다른 조합들도 사업 진척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열린 제2차 건축위원회에서 ‘옥수극동아파트 리모델링사업’ 건축 심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서울시가 리모델링 조직과 건축심의 절차를 수립한 이후, 수직증축 단지로는 최초로 건축심의를 통과시킨 사례다. 기존 지하 1층~지상 15층, 8개 동, 900가구 규모의 단지에서 리모델링 수직 증축 사업을 통해 지하 5층~지상 19층, 8개 동, 총 1032가구로 재탄생된다.
옥수극동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리모델링에 대한 조직개편과 절차 기준 등을 새로 구성해 가며 진행된 긴 건축심의 끝에 통과됐다”며 “대의원 보궐선임·권리변동계획수립 검토·시공사 재선정 등을 대의원회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내 정기총회를 개최해 이를 확정하고, 사업계획승인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준공된 옥수극동아파트는 시설 노후화로 인해 리모델링 필요성이 제기됐고, 리모델링 조합들이 없던 시절인 2017년 3월 31일부터 일찍 조합이 설립됐다. 조합 관계자는 “당시에는 리모델링 조합이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서울시에서도 운영기준이나 방침이 세워지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리모델링 특별법처럼 담당 조직이나 시스템을 새로 갖추는데 9개월 이상 시간이 걸렸다. 선구자로 조합을 만들고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이를 뒷받침할 행정 체계는 뒤늦게 따라오더라”고 했다.
건축심의 운용기준에도 변화가 생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합 관계자는 “처음 서울시가 요구한 기준은 ‘임대주택을 짓고 세대를 분리하라’는 운용 기준이었다”며 “아파트 구조상 슬럼화 될 확률이 높고, 금액적인 손해도 커 서울시와 합동회의 끝에 1차 운용기준을 무효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2년 건축심의에 적용하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용기준’을 새로 내놓으면서 용적률 완화를 위한 인센티브 항목을 기존 7개에서 15개까지 늘린 바 있다.
운용기준 수정으로 다시 심의가 정상 진행되는 듯했으나, 뒤이어 2022년 5월 열린 1차 건축심의에서는 해당 단지가 건축선 위반으로 불법건물 판정을 받는 난관에 봉착했다.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 (건축법 제 61조)’ 내용에 따라 건축물의 창문이 있는 벽면에서 직각 방향으로 인접 대지경계선까지의 수평거리가 2배 이하여야 하는데, 극동아파트 일부 동에서는 이 거리가 2배를 넘어 문제가 됐다.
조합은 서울시가 지정한 건축선인 데다가, 안전진단을 진행할 때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부분이라 당황스러웠지만 해당 동의 창문 위치를 남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옮기며 문제를 해결했다. 조합 관계자는 “잘 해결됐지만 조처를 하고 재심의를 거치는 데 시간 소요가 상당했다”며 “건축심의 과정이 4년이 걸린 이유”라고 밝혔다.
옥수극동아파트는 사업의 가장 큰 관문인 건축심의를 넘었으나, 시공사 재선정 절차와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동의서 징수 등의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리모델링 업계는 해당 건축심의 통과를 두고 리모델링에 소극적이던 서울시의 기조가 바뀌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올해 1월 오랜 기간 건축심의에 돌입하지 못했던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개소 중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와 ‘문정건영아파트’가 사전 자문을 통과해 건축심의에 돌입하게 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2018년 서울시가 직접 선정해 컨설팅까지 해줬던 시범단지들의 사업 진척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몇 곳이 서울시 자문을 통과할 만큼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옥수 극동아파트 인근 금호 벽산 아파트도 거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건축심의에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사례로 후발 주자들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적으로 사업 계획을 진행할 원동력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