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그의 눈이 내게 말을 걸었다”…지드래곤 전시 가보니, ‘눈빛 공격’에 아찔

‘위버맨쉬’ 미디어 전시ㆍ오는 19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가득 메운 7m 데이지
눈 마주치며 노래하는 GD 공격에 ‘아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별이 빛나는 이 밤, 가슴속 떨리는 마음, 너를 향해 모두 줄게 베이비, 좀 더 내게 다가와, 내 두 손을 잡아봐, 나를 너에게 줄게” (지드래곤 ‘테이크 미(Take me)’ 중)

‘고백 같은 노랫말’에 귀가 달달해지기도 전에 그가 다가선다. 1㎏에 달하는 VR 장치를 안경처럼 착용, ‘무게의 압박’에 불평할 새도 없이 등장한 ‘올타임’ 슈퍼스타 지드래곤. 이보다 더 짜릿할 순 없었다. 손만 뻗으면 금세라도 닿을 듯 가까이 밀착하니 현실인지 환상인지 착각이 들 정도. 날렵한 턱선에 매끈한 피부는 반짝이고, 기습 ‘눈빛 공격’에 심장이 얼얼해지는 것은 VIP(빅뱅 팬덤)라면 남녀를 불문했다.

VR 관람을 마치고 나온 김동연(36) 씨는 “학창시절엔 K-팝 가수의 전시나 팝업스토어가 활성화되지 않아 경험할 일이 없었는데 신세계를 만난 것 같다”며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괜히 쑥스럽기도 했다. 형님이 춤을 추니 같이 일어나 챌린지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누가 봐도 지드래곤의 팬이라는 것이 ‘확실한’ 20~40 세대의 다양한 관객들이 여의도 더현대 서울로 모였다. 장장 11년 5개월 만에 솔로가수로 돌아온 지드래곤의 미디어 전시 ‘위버맨쉬(bermensch)’를 보기 위해서였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나, 이날은 ‘패밀리 데이(FAM DAY)’로 VIP(팬클럽 가입자)들만 입장이 가능했다.

지드래곤의 미디어 전시 ‘위버맨쉬(bermensch)’ [크리에이티브멋 제공]


‘더현대 서울’의 모든 공간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5층 에픽 서울, 7m 크기의 순백의 데이지가 활짝 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부터 지드래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데이지 꽃이 5층 공간을 가득 메우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지드래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위버맨시’ 메시지를 관통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 꾸몄다. 공간은 인공지능(AI), 리얼타임 홀로그램, 증강현실(VR), 차세대 3D 솔루션인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CG 등 ‘첨단의 기술’로 중무장했다. 크리에이티브멋(MUT)과 협업한 전시다. 기존 팝업스토어처럼 온갖 굿즈를 빼곡하게 채워둔 공간이 아니라 지드래곤의 미감을 투영해 깔끔하게 꾸민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팝업스토어의 주된 목적인 ‘굿즈’를 파는 공간도 없었다. 지드래곤은 이번 컴백을 맞아 응원봉, 모자, 스카프, 티셔츠, 양말 등 다양한 MD를 제작했지만 오직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현장에선 굿즈를 수령할 수 있는 공간만 따로 뒀다. 그래서인지 팬들은 긴 줄을 기다려 수령한 양손 가득 굿즈 쇼핑백을 손에 쥔 채 현장을 즐겼다.

지드래곤 정규 3집 앨범 발매 기념 미디어 전시 ‘위버맨쉬(bermensch)’ 현장 [크리에이티브멋 제공]


지드래곤의 미디어 전시 ‘위버맨쉬(bermensch)’ [크리에이티브멋 제공]


에픽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데이지 가든(DAISY GARDEN)’은 지드래곤의 정체성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대한 데이지 꽃 모형이 천장 곳곳에 자리한 포토존을 뒀고, 데이지 위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지드래곤의 신곡 뮤직비디오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완전히 분리된 다른 세계처럼 꾸민 데이지 가든 입구에서 팬들은 벅찬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위버맨쉬’는 곳곳이 ‘참여형 전시’로 구현됐다. 지드래곤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실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표시되는 인터랙티브 메시지월도 설치, 팬덤의 애틋한 마음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의 컴백에 팬들은 “돌아와줘서 고마워”, “지용 오빠, 행복하세요”, “온 세상이 GD 세상이어라”와 같은 응원과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다.

전시의 백미는 ‘미디어 테크 존(MEDIA TECH ZONE)’이었다. VR(가상현실)기기를 쓰고 의자에 앉으면 지드래곤의 신곡 ‘테이크 미’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지드래곤과 댄서들의 생생한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니 입장한 관람객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노래 안에 흠뻑 빠졌다. 눈앞에서 ‘나’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지드래곤을 마주하는 황홀감은 기존의 다른 K-팝 가수의 전시나 팝업스토어에선 만나지 못한 이벤트라 엄청난 만족감을 줬다. 입장 관람객을 단 20명으로 제한하는 지라 현장에선 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팬들이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이 공간 안에선 뮤직비디오 세트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긴 ‘체험형 포토존’과 지드래곤과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아티스트 홀로그램(Artist Hologram)’이 인기였다. 특히 ‘아티스트 홀로그램’은 20만원 이상의 MD를 구매한 팬들을 대상으로 한 초특급 이벤트였다. 지드래곤과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고, 하트를 만드는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모자(5만 9000원)와 응원봉(5만 8000원), 리유저블 백(2000원)을 비롯해 포토카드 세트(1만 3000원), 공연에 들고 갈 슬로건 타월(1만 5000원) 등 각종 굿드를 25만원 어치 구입했다는 김주인(33) 씨는 “마음 같아선 더 많이 사고 싶었는데 뭐 하나를 사려고 해도 너무 많이 대기해야 하고, 한 번에 서버에 들어갈 수가 없어 긁어모으다 포기했다”며 “다행히 홀로그램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돼 무척 설렌다. 기회가 한 번 밖에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홀로그램 사진은 1번의 연습 촬영 후 본 촬영에 돌입한다. 팬들에겐 영상을 파일을 따로 제공해 ‘평생 소장’할 수 있도록 했다.

더현대 서울을 우연히 찾은 시민들에게도 지드래곤의 전시는 버킷 리스트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수경(43) 씨는 “직장이 근처라 점심식사를 하러 왔다가 전시가 있는 걸 알게 됐다”며 “20~30대에 빅뱅과 지드래곤을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 내게도 오랜 추억이라 전시 사진도 찍고 감상하고 싶은데 오늘은 팬들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와보려한다”며 아쉬워했다.

지드래곤 정규 3집 앨범 발매 기념 미디어 전시 ‘위버맨쉬(bermensch)’ 현장 [크리에이티브멋 제공]


약 80명 가량의 팬들이 이른 아침 모이기 시작한 전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모였다. 2030 세대 여성팬이 다수였지만, 기존 K-팝 그룹의 팝업스토어에선 보기 어려웠던 남성팬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정소형(29) 씨는 지드래곤의 앨범 수록곡 ‘파워’가 새겨진 모자와 그의 인기 아이템 스카프를 야무지게 착용하고 경기도 일산에서 일찌감치 전시를 찾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팬이었다. 우리 때는 빅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기에 조금 과장하면 학교 전체가 빅뱅 팬이었다”며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앨범도 겨우 사고 공연도 못갔는데 성인이 된 지금 8년 만에 돌아와줘 내가 벌어 오빠의 굿즈를 사고 공연을 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슈퍼스타로 존재하며 새로운 장르부터 이전의 음악색을 이어가는 트렌디한 음악으로 전성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팬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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