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모터쇼’ 개최권 갈등…참가 기업들만 속탄다

무역촉진회 자동차분회-상하이분회 공방
초기엔 자동차분회가 주도하며 성장
최근 중국 자체 브랜드 부상하며 뒤집혀

태국 수도 방콕에서 지난 24일 방콕 국제모토쇼가 열리고 있다. 기사와 무관.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상하이 모터쇼’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최권을 놓고 분쟁이 발생해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 모터쇼를 놓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자동차분회’와 ‘상하이시 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서로 자기 단체에 개최권이 있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사회단체다. 이 단체의 업종별 산하 단체인 ‘자동차분회’와 지역별 단체인 ‘상하이시분회’는 종속 관계가 없다.

두 단체의 개최권 갈등은 지난해 8월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상하이시분회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함께 ‘2025 상하이 모터쇼’ 준비 기자회견을 열면서 직전 모터쇼까지는 주최 단체에 포함됐던 자동차분회를 뺐다.

이에 자동차분회는 2002년 상하이시분회 등과 모터쇼 협력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며 반발했다.

두 단체는 지난해 9월 서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하이시분회는 올해 2월 2002년 합의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1심 판결을 받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분회는 1심 판결에도 여전히 주관 단체임을 주장하며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심을 맡은 상하이시 고급인민법원이 이달 24일 심리를 개시해 4월 상순은 돼야 분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는 4월 23일~5월 2일 개최된다.

상하이 모터쇼 공식 홈페이지에는 상하이시분회 등이 작성한 성명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성명은 “권한 없는 개인과 기관이 ‘상하이 모터쇼 주관 단체’ 혹은 ‘공식 지정 단체’의 이름을 써 전시 모집을 하고 기업 등록과 부스 예치금을 받는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경찰에 이런 상황을 신고했고, 법적 수단으로 수많은 전시 기업의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이 길어지면서 참가 업체들은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참가 업체들은 이달 14일과 16일, 18일, 24일에 상하이시분회와 자동차분회가 각자 자기 입장을 담아 보내온 서신을 받았다.

참가 예정 업체들은 전시 편람 2개, 전시관 신청서 2부, 계약서 2부를 받고서 주최 측 어느 한 쪽의 기분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러한 혼란이 상하이 모터쇼 초기와는 달라진 시장 구조 변화로 초래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하이 모터쇼는 1985년 창설돼 올해로 21회째를 맞는다. 짝수 해에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와 번갈아 2년마다 열린다.

초기에는 여러 주관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행사를 운영했고, 수입은 몇 단체 간의 협의에 따라 분배했다.

상하이 모터쇼가 자리를 잡고 명성을 얻는 데는 자동차분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분회가 다국적 자동차기업과 합자기업들을 모으면 상하이시분회는 중국 자체 브랜드들을 모으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브랜드들의 숫자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분업이 모호해졌고, 자동차분회가 상하이시분회에 부스 비용 지급을 늦추면서 갈등이 커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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