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한달 내 확정판결 불가능
불소추 특권서 ‘소추’ 의미 의견 분분
재판부 결정에 헌재 최종판단 가능성
대선을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 후보가 대선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내려진 파기환송 판결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물리적으로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한달 내에 마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헌법 제84조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한 달 내 파기환송심·재상고심 물리적으로 불가능=지난 1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다시 받는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기환송 후 대법원이 이날 소송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다시 배당절차가 진행된다. 추후 어떤 재판부가 파기환송심을 담당할지는 미정이지만, 기존 원심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되며 이번 사건을 맡은 형사6부의 대리부는 형사7부다. 관건은 사건처리 속도다. 현재 대선후보자 등록일(11일)까지는 불과 9일, 대선(6월 3일)까지는 한 달이 남았다.
일단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속전속결’한 의의를 되새겨 판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고법이 ‘빛의 속도’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대선후보자 등록일까지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 후보측에서 재상고를 하면 상고장 제출에 7일, 상고이유서 제출에 20일이 주어진다. 이 후보가 관련 서류 송달을 받지 않거나 상고이유서를 제출기한에 임박해 제출하면 대선 전까지 확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후보의 재상고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대선까지 판단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대법원이 깔끔히 정리하려면 이번에 파기자판을 내리거나, 헌법 84조(대통령은 내란·외환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에 대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후 재판 가능성은? 가열되는 헌법 제84조 논쟁=이 후보는 파기환송심 외에도 대선 기간 중 5개 사건의 재판을 받는다.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위례·성남FC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1심 ▷쌍방울 대북송금 1심 등이 진행 중이다. 이 후보가 이같은 사법리스크에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때 ‘소추’의 의미가 수사와 기소를 의미하는 것인지, 당선 전 기소된 사건의 재판까지 의미하는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선 이후 재판이 중지되는지 진행해야 하는지 명확한 ‘다수설’이 없다는게 헌법학계의 중론이다.
김진한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헌법 해석은 문언 하나하나를 보기보다 전체적인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헌법 84조의 취지는 민주적인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기소는 물론 재판의 진행도 중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헌법 84조 ‘형사상의 소추’는 대통령 취임 전 범죄행위라고 해도 ‘취임 후’에는 수사, 공소 제기뿐만 아니라 재판 등 형사법적 책임 추궁이 광범위하게 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직선제 대통령의 신분과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기존에 받던 재판은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헌법의 문언 그대로를 존중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를 보면 재판, 소추, 범죄 수사는 모두 구분되는 개념이다. 헌법 84조의 ‘소추’는 기소일 뿐 재판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현행 헌법의 불소추 특권에 ‘재판’까지 포함하는 것은 확장 해석이다. 당선 전에 제기된 재판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의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실상’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도 파기자판이 아닌 파기환송을 택했다”며 “파기환송심, 재상고 등 절차를 고려하면 6월 3일 이전에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당선 이후에도 재판을 진행해 유죄 확정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법원이 6·3 대선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파기환송 했다는 해석이다.
당선 이후 재판 진행 여부는 1차적으로는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의 권한이다. 재판 진행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등 각급 법원의 담당 재판부에 광범위하게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하고, 대통령이 이로 인해 권한이 침해됐다고 판단한다면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개입할 여지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가기관인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또다른 국가기관인 법원을 상대로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박지영·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