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나, ‘발효’ 주제 마테르 협업 요리 선봬
누룩소금·막걸리식초·버섯발효오일 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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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채나 ‘편육냉채와 뵈르 블랑’. 육성연 기자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누룩 소금에 절인 참외를 맛보고, 막걸리 식초가 들어간 겉절이를 스테이크와 먹는다. 디저트는 된장 캐러멜을 입힌 머랭이다.
장 건강에 좋은 발효 음식이 ‘미식’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산미’와 ‘감칠맛’을 통해 음식의 풍미를 살릴 수 있어서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서울 81층 비채나에서 열린 미식 행사의 주인공은 발효 식품이었다. 기존의 시큼한 발효 맛과는 다른, 식재료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행사에선 국내 유명 셰프 10명이 모여 색다른 발효 음식을 함께 맛봤다.
음식은 전광식 ‘비채나’ 셰프와 김영빈 ‘마테르’ 셰프가 협업했다. 분야는 각각 한식과 노르딕(북유럽) 요리로 다르지만, 이번 협업에선 ‘발효’라는 공통 가치를 담아냈다. 비채나는 한식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이다. 올해까지 9년 연속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
두 셰프는 발효를 통해 식재료의 맛과 식감에 독특한 변화를 줬다. 식전주부터 새로운 발효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쌀로 담근 술에 유행인 콤부차를 섞은 식전주다. 맛은 깔끔함과 발효주의 깊은 맛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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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새우장과 제주흙당근. 육성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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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크래커와 녹두전(왼쪽), 비트. 육성연 기자 |
애피타이저로 나온 ‘제주 흑당근’은 제주 감귤을 넣고 발효한 당근 요리다. ‘비트’ 요리에 사용된 캐러멜 소스는 포르치니버섯을 발효해서 만들었다. ‘소라 크래커’는 된장 양념 소라에 발효 버섯 오일을 덧발랐다. ‘단새우장’은 하루 동안 고추장 양념에 새우를 숙성한 요리다. 고추장의 매콤함보다, 새우의 신선함을 살려주는 ‘은은한’ 감칠맛이었다.
모든 애피타이저에서 발효의 맛은 강·약 조절이 조화롭게 이뤄졌다.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강렬하게 쓰였다. 다채롭게 발효의 맛을 표현한 셰프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어 나온 ‘편육냉채와 뵈르 블랑’은 아롱사태와 전복 사이에 누룩소금으로 절인 참외·오이를 끼워 넣었다. 편육의 다소 느끼한 맛을 참외·오이가 새콤하게 잡았다. 누룩소금은 술을 만들 때 나오는 누룩을 소금과 섞은 다음, 말려서 갈아 만든다.
메인 메뉴인 ‘한우 스테이크와 겉절이, 쌈 채소’는 스테이크와 겉절이와의 만남이 신선했다. 담백한 스테이크에는 신맛이 강한 익은 김치보다 ‘겉절이’가 어울렸다. 겉절이는 막걸리 식초를 이용했는데,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다. 양식과도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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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토마토빙과·수정과(왼쪽), 방아머랭과 된장 캐러멜·옥수수 우메기. 육성연 기자 |
한식 상차림인 ‘병어솥밥과 명란젓국’, ‘비름나물과 순무’ 반찬도 나왔다. 음식에는 막걸리가 페어링(음식 조합) 됐다. 100% 쌀로 만든 화요 막걸리에 매실주·매실청을 섞었다.
디저트에서도 발효 재료가 활용됐다. ‘대저토마토빙과’, ‘방아 머랭과 된장 캐러멜’ 등이다. 빙과에는 매실장아찌가 사용됐다. 달콤한 머랭은 된장 캐러멜 소스를 입었다. 식사 요리뿐 아니라 디저트에서도 발효식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뉴였다.
발효 음식은 코로나19 확산 후 글로벌 웰빙 식품으로 떠올랐다. 미식 분야에서도 셰프들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전 세계 발효 관련 산업 규모는 연평균 7.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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