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현행 도급규제 정책, 사망 재해 감소효과 없어…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필요”

‘도급 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 발표
현행 법규정, 원청에 과도한 형사책임 부과 우려
경총, 합리적 법제도 개선 추진 제안
“현행 법규 개선 없이 산재예방 실효성 없을 것”


경총 회관 [경총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제정 등 도급인(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입법규정이 사망 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물론, 과도한 의무부과 등으로 현장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도급 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가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통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처법이 우선 적용된 사업장(50인·50억원 이상)의 사망재해 감소효과가 ‘없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법 시행(2022년 1월 27일) 전인 2021년 248명에서 2024년 250명으로 2명이 증가했다.

아울러 전체 사고사망자 중 하청근로자는 40% 이상(2017~2022년)을 지속 유지 중이며, 최근에는 비중이 절반 수준(48.1%)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측은 “전부개정 산업안전법(2019년)과 중처법 제정(2021년)을 통해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이 대폭 강화됐지만, 현행 법률은 수급인의 안전역량·원청의 관리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수급인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도급인이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원청의 안전보건활동이 하청근로자 보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안법 및 중처법의 법률내용만으로는 도급과 발주의 개념구분이 매우 어렵고, 도급인(원청 경영책임자) 책임영역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현장혼란만 커지고 있다”며 “중처법에 규정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고 불명확하며, 고용부 해설서 내용만으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장 규모별 사고사망자 발생 추이 그래프 [경총 제공]


경총은 또 선진국의 도급규제 정책을 사례로 들며 “영국, 독일, 일본 등 안전선진국은 도급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인이 해야 할 의무를 도급인이 대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과 도급인 모두에게 부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안법상의 과도한 도급인 의무와 책임부과, 모호한 중처법 규정, 발주로 판단해야 할 건설공사까지 도급인 책임으로 간주하는 현행 법규의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시 향후에도 하청근로자 사망재해 문제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은 현행 도급정책의 개선방안으로 ▷산안법상 도급 개념을 ‘사업의 일부(생산관련 업무) 또는 공사의 전부를 타인에게 맡긴 계약’으로 수정하고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을 ‘건설업 등록 및 시공자격(전문성)이 필요한 건설공사를 도급 준 자’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도급인과 수급인 역할에 적합한 안전보건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중처법상의 도급인(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범위(실질적 지배·운영·관리)도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도급인 중심 안전정책에서 변화하지 못할 시 하청근로자 보호도, 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소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작동가능한 실효성 있는 도급정책의 운영을 위해서는 안전관리의 책임영역을 명확히 하고, 원·하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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