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 E&S 합병에 이어 2차 대형 구조개편
그룹 차원 배터리 살리기 사활
윤활유와 시너지…재무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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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SK온 성장 스토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5.7.30 [SK이노베이션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가 합병한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구조 재편이다. SK그룹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본격적인 2막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화 사업 핵심 자회사인 두 곳을 합쳐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업·재무구조 개편 작업은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에서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말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한 장 사장이 승부수를 던지며 조직 전환에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지난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한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적자폭이 커진 SK온의 재무구조를 단기간에 개선하고, 그룹 전체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SK온은 후발주자로서 미국, 헝가리 등 해외 배터리 공장 설비투자와 조인트벤처(JV) 가동 비용으로 재무 압박이 심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1270억원에 달했다. SK온의 흑자 전환이 늦어지면서 그룹 전체에도 부담이 가중됐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2024년 말 70조881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SK엔무브는 윤활유 기반의 안정적 수익과 전기차(EV) 특화 열관리 신사업으로 연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SK엔무브와의 합병을 통해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올해 기준 자본 1조7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즉시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30년까지 SK온 EBITDA 10조원, 양사 통합 시너지로 2000억원 이상 EBITDA 추가 창출이라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됐다.
SK엔무브의 액침냉각 및 EV 공조용 냉매 기술은 SK온의 EV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군과의 패키지 솔루션 확장을 가능케 하며, 글로벌 완성차업체(OEM) 대상 동일 고객 교차판매를 통해 사업 수익성 역시 보강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합병은 이해관계자와 자본시장 전반에도 중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SK온과 SK엔무브는 과거 재무적 투자자(FI)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한 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상법개정으로 ‘이중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단행하며 FI와의 지분 정리에 나섰다. SK온 전환우선주 전량을 3조5880억원에, SK엔무브 보유지분 1200만주도 이달 초 매입했다. 시장 내 이중상장 우려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장용호 총괄사장은 30일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도 “현재 시점에서 합병법인에 대한 IPO 계획은 없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정적 재무기반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와 자산 유동화 등 대규모 자본 확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합병과 병행해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2조원 ▷SK온 유상증자 2조원 ▷SKIET 유상증자 3000억원 ▷SK이노베이션 영구채 발행 7000억원 등 총 5조원의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한다. 여기에 연말까지 추가 3조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해 총 8조원 이상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FI 지분 정리 및 차입금 1조5000억원 이상 감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순차입금 규모를 9조5000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기존 석유·배터리 중심의 사업구조에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결합하며 통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SK E&S 합병(2024년 11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온 합병(2024년 11월~2025년 2월), 이번 SK온-엔무브 통합(2025년 11월 예정)까지 일련의 리밸런싱 조치는 모두 장기적 재무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확보를 위한 차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EBITDA 20조원, 순차입금 20조원 미만 유지를 전략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석유화학, LNG전력, 배터리, 에너지설루션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전기화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토털 에너지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용호 총괄사장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SK이노베이션으로 거듭나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