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교섭본부 “통상환경 급변…산업·무역·안보 통합 전략 필요”

제32차 PECC 총회 특별연설
“미 관세 협상서 ‘최혜국’ 대우…동반자 관계 다져”
“미·중 집중된 한국 무역이 경제 취약하게 만들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한국은 최혜국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선,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을 경쟁력으로, 이번 관세 협상을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다지는 기회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 본부장은 미국 등 주요국에 무역이 편중돼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여 본부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 특별연설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단순히 관세를 15%로 낮춘 것을 넘어서 한미 협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며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양국 간에 추구하며, 다가오는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반자 관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선 특히 한국의 제조업 및 첨단산업 경쟁력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조선,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테크 같은 전략 산업이 핵심적인 논의 주제였다”며 “산업과 무역 정책은 더 이상 분리해서 추진할 수 없으며, 글로벌 무역 공급망 재편과 기술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산업, 무역, 안보를 통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 본부장은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무역 구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GDP의 90%를 넘고, 수출은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구조적 특징이 한국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 본부장은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소수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아세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남미 지역이나 아프리카, 신흥도상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미 전세계 GDP의 85% 이상을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상을 통해 무역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여 본부장은 기후변화와 공급망, AI 등으로 무역체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새로운 무역 규범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APEC이 4세대 무역 규범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APEC에선 정상회의와 함께 리더스미팅도 계획하고 있다”며 “한국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단순 개최국을 넘어 지역 협력과 연대를 정립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축사를 통해 APEC 개최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김 총리는 “현재 세계는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여러 예측불가능한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주의 확장, AI 기술 등장으로 인한 것”이라며 “정부는 APEC 내 논의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PECC 총회는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재구상’이라는 대주제 아래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세계 경제 ▷AI 및 첨단기술:역내 협력을 통한 디지털 미래 재편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번영의 실현 ▷2025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향후 발전과제까지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PECC는 APEC에 주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싱크탱크 역할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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