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성 대출 제약, 모든 은행권 확대
대출심사·보험료산정 중대재해 반영
주택금융공사 PF 보증 심사 강화
수시·정기 공시의무화…ESG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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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앞으로 중대재해로 수사를 받는 기업에 모든 은행권에서 대출 한도가 감액되거나 정지되는 제재가 가해진다. 3년 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시 보험료가 할증되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대재해 관련 내용에 대한 공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반영 등도 의무화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중대재해 관련 사실을 투자 판단에 반영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와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의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후속 조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대재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행정·사법 조치가 강화되면 해당 기업의 향후 영업활동이나 투자수익률 등이 과거와 달리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금융 부문은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세부 방안은 건전성 관리를 위한 규율 강화와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우대 조치 등 양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금융위는 은행권 대출 심사에서 중대재해 사실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은 여신 심사를 할 때 정량·정성적 요소를 토대로 평가하고, 추가 재무·비재무 정보를 고려해 필요할 경우 신용등급을 추가로 조정하고 있다. 다만 평가 기준에 중대재해를 명시적으로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와 등급조정 항목에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은행권이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평가 기록을 축적하면 중장기적으로 신용평가 항목에서 영업·경영위험 배점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일부 은행이 운영 중인 한도성 대출약정도 모든 은행으로 확대한다. 한도성대출은 마이너스대출, 어음할인약정 등 미리 약정한 한도 내에서 필요한 경우 대출을 발생시키는 상품이다. 신용상태에 하락이 예상되는 사실이 확인되거나 수사 개시,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한도성 여신을 감액하거나 정지한다. 이를 통해 중대재해 기업에 단기 대출 제한을 가해 유동성 확보를 제재한다는 취지다. 중대재해 관련 고용노동부의 정보도 은행권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차주의 신용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의 PF(프로젝트 파이낸스) 보증 심사도 강화한다. 현재는 시공사의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으면 기업평가에서 5점을 감점하는데, 앞으로 평가등급 하향, 보증 제한 등 위법행위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감점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일률적으로 운영 중인 감점제도를 단계별로 5~10점 차등하고, 보증심사를 통해 산출한 최종등급을 1단계씩 낮추는 식이다.
감점 수준에 따라 가산 보증료율도 도입한다. 예를 들어 평가점수가 5점 감점되면 가산 보증료율을 0.1%포인트, 10점 감점되면 0.15%포인트 적용하는 식이다. 평가등급이 하향되면 0.2%포인트의 가상 보증료율이 붙는다. 동시에 안전관리 우수기업에는 우대 보증료율을 높여준다. 현행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험료에도 중대재해를 반영한다. 대부분 중대재해와 무관하게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3년 내 사고가 없는 경우 할인해주는 식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3년 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여부 등을 보험료 할인 또는 할증 요소로 반영한다. 보험료율을 최대 5% 할인하거나 15% 할증하는 방식이다. 또한 산재 예방 우수기업 인증이나 ISO 45001 등 안전성 공인 인증을 받은 기업에 5~10% 수준으로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사회적 안전망 강화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별 우대금융 프로그램 도입 등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사업장 안전관리 우수기업과 산재 예방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금리·보증료 감면, 한도 확대 등 혜택을 제공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 등 중소 사업장의 산재 예방 지원을 위한 비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한국산업은행은 안전 관련 신규 시설투자를 한 기업에 최대 0.8%포인트 금리를 우대해주고 외부 기관에서 ESG 관련 인증서를 받은 기업에도 0.5%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은행도 산업안전경영 우수 기업과 산업안전시설 신규투자 기업에 금리감면 등 우대를 제공하고, 신용보증기금도 산업안전경영 우수기업에 우대보증을 도입할 방침이다.
자본시장에서도 중대재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우선 거래소의 수시 공시를 의무화한다. 현재는 상장사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공시 의무가 없지만, 앞으로는 중대재해가 발생과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판결 관련 사실 등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중대재해 발생 시 현황이나 대응조치 등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당일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소된 사건의 형사법원 판결 결과를 확인한 당일에 관련 사실을 공시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사업보고서 등 정기공시도 강화한다. 사업보고서 또는 반기보고서에 공시대상 기간 발생한 중대재해 현황과 대응 조치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대재해 발생 사실에 대한 ESG 평가와 활용도 강화한다. 현재 ESG 평가기관들은 중대 이슈가 발생할 때 ESG 평가에 자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중대재해 발생이 확인되면 ESG 평가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한다. 평가기관 가이던스에 중대재해 발생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근거를 명시하는 식이다.
투자대상 회사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와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고려 요소에 ‘사회적 신용’을 포함하고, 가이드라인에는 ‘사회적 신용’에 중대재해 등 노동 관련 법 위반이 포함되는 점을 명시하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보험, 정책금융, 자본시장 공시·평가 등 전 금융 부문을 포함하는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해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