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들린 사람’ 몰더니 끝내 참극…교회 합창단은 살인범이 됐다 [세상&플러스]

인천의 한 교회 합창단 숙소에서 여고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를 받은 여성 신도가 지난 2024년 5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정신병 증세 보이는 피해자에
“사탄”, “귀신 들렸다” 반복 학대
1심 징역 4년 6개월→ 징역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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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2024년 5월, 교회 합창단의 숙소에서 3개월 동안 감금됐던 17세 여고생이 사망했다. 피해자의 손목에는 학대의 흔적이 가득했다. 쓸린 상처에 새살이 올라올 때 쯤 다시 결박하고, 풀었다 새살이 돋을 때 다시 묶으며 생긴 흉터였다.

2024년 12월, 1심 재판부는 교회 관계자들에게 각각 징역 4년~4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아동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점은 인정되지만(아동학대치사) 고의가 있는 살인(아동학대살해)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2025년 9월, 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가해자들의 ‘고의를’ 인정했다. ‘비정상적인 종교적 믿음’으로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피해자를 ‘사탄’으로 규정하며 학대를 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라 판단했다.

반복적 팔·다리 결박…폐 막혀 사망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재권)은 지난달 19일 아동학대살해, 중감금,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씨와 B씨, 합창단장 C씨, 피해자의 모친 D씨 등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인정한 1심을 뒤집고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인정했다.

신도 A씨와 단장 C씨는 징역 4년 6개월에서 징역 25년으로, 신도 B씨는 징역 4년에서 징역 22년으로, 모친 D씨는 징역 1년에서 징역 4년으로 형이 가중됐다.

1심과 2심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의 모친 D씨는 2024년 1월 C씨와 통화를 하던 중 ‘딸이 정신질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자는 그즈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수면제 등도 처방받은 상태였다. C씨는 ‘정신병원에 보내느니 교회로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D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피해자는 2024년 1월 중순부터 약 20일 동안 합창단 숙소에 머무르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 같은해 2월 설연휴가 끝나고 다시 합창단으로 돌아갔다. 3개월 뒤 피해자가 사망했다. 사인은 폐혈전색전증. 결박으로 다리에 생긴 혈전(피떡)이 혈류를 타고 이동해 폐동맥을 막았다는 의미다.

2024년 2월부터 5월까지 신도인 A씨와 B씨는 C씨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를 관리했다. 피해자는 불면증과 식욕 부진을 호소했고 정신병원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잠을 재우지 않고 성경 필사와 청소를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의 팔과 다리를 결박하기 시작했다. 사망 일주일 전에는 별도의 도구를 사서 침대에 피해자를 묶어두기도 했다.

검찰이 메시지 등을 통해 밝혀낸 학대행위만 3개월간 35차례. 피고인들은 적게는 30분, 많게는 2시간 동안 피해자를 결박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상황은 피해자를 데려온 C씨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아픈 피해자를 ‘사탄’으로 몰고 간 신도들


1심 재판부는 교회 관계자들의 행위가 중감금,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점을 모두 인정했다. 피해자를 결박한 것이 결국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도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결박’ 했다는 사실만으로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또는 이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결박했다”며 “C씨는 때리지 말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A씨와 B씨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지 호전되는지 항상 신경 쓰고 있었다”고 했다.

2심 재판부 판단은 정반대였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관점에 따라 피해자의 행동을 해석했고 학대 행위를 ‘종교 행위’로 정당화했을 뿐이라고 봤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2024년 2월 중순께, B씨는 C씨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내내 (피해자와) 싸우고 있어요. 귀신이 나갈 수 있어도 니가 마음 안 꺾으니까 안 나가는거라고. 니가 자꾸 선택하는거라고. 너 딱 정신 차릴 수 있는데 죽어도 정신 안 차리고 계속 사탄 선택하는 거라고.”


2심 재판부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사탄, 귀신 들린 자라고 인식하고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폭언, 벌주기 및 제압 행위 등을 했다”며 “피해자를 ‘귀신 들린 사람’으로만 취급했을 뿐 피해자의 진지한 의사를 확인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숙소 탈출을 시도했고 모친과 통화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2심 재판부는 사망 3~4일 전 피해자의 달라진 모습에도 주목했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저항도 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했고 사실상 삶의 의지를 잃은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사망 4일 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피해자는 완전히 기력을 상실했다. 피고인들은 ‘고함도 안 지르고 꽤 얌전히 있는 상황’을 다행으로 여기며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꺾어놓기 위하여’ 피해자를 방치한 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박행위로 인한 폐혈전색전증의 발병 가능성이나 전조 증상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도 피해자의 상태를 유기·방치할 경우 감염증 또는 기능 저하로 사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피해자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 모습을 종교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보고 학대 행위를 이어갔다는 지적이다.

2심 재판부는 “비정상적인 종교적 믿음으로 피해자를 ‘사탄’으로 규정했다. 구원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외부와 단절시킨 채 3개월 이상 감금하며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반복했다”며 “신체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피해자에게 더 중한 학대행위를 하거나 방치해 사망을 용인했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행에 해당한다”고 꾸짖었다.

합창단장 연루 은폐하려 증거 인멸…엄마도 엄벌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모친인 D씨에 대한 형량도 높였다. 합창단 숙소에 남겨진 아픈 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딸이 사망했는데도 합창단장인 C씨의 범행을 은폐하는데 가담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2024년 1월 당시 피고인 D씨의 남편이 사망한 점, 피해자가 1월 중순께 합창단에서 머무를 때는 상태가 호전됐다는 점 등을 들어 사망을 예견할 수 없을 것이라 봤다.

D씨는 사망 전에도, 사망 후에도 딸에게 무관심했다. D씨는 피해자를 합창단 숙소에 보낸 후 합창단 관계자들에게 피해자의 상태를 몇차례 묻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 사망 일주일 전 합창단을 방문했는데도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려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사망한 후에는 합창단장 C씨의 연루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미성년자일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피해자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사망 직전 인간으로서의 본능인 삶의 의욕까지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어머니인 피고인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데 반해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자기 연민 만을 보일 뿐이다. 부검 실시에 부동의하고 D씨 범행 은폐에 협조하는 등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거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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