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 ‘해양풍력 특구’ 좌초 위기

주력 업체인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 경남도·고성군 강력 반발
기회발전특구로 지정까지…“1조투자 약속 흔들, 지역 신뢰 붕괴”


이상근 고성군수가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고성 동해면 양촌·용정지구 조감도 [고성군 제공]


[헤럴드경제(고성)=황상욱 기자] 경남 고성군의 ‘고성 해양풍력 특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상풍력 중심지로 기대를 모았던 이 특구가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으로 좌초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21일에도 “1조원 규모 투자 약속이 흔들리고 지역 신뢰가 무너졌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삼강엠앤티를 인수한 후 SK오션플랜트를 세우고,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지구 157만㎡ 부지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조성중에 있다. 현재 공정률은 60% 수준으로 완공까지 약 5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와 고성군은 해당 사업을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로 발전시켜 주거·교육·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도시 ‘SK시티’ 조성을 병행해 왔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지역균형정책이다. 대규모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면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고성 해상풍력 특구는 경남의 첫 기회발전특구 지정 사례로 SK오션플랜트의 약 1조원 투자와 31개 협력사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사업이 완성되면 세계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로 성장해 3000~4000명의 신규 고용과 3조원대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가 지난 9월 1일 자회사 SK오션플랜트를 신생 사모펀드 ‘디오션자산운용 컨소시엄’에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하면서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투자 주체 변경에 따른 자금 조달 지연, 고용승계 불투명, 특구 해제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지역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SK오션플랜트의 지분 매각 추진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매각이 현실화되면 해상풍력 산업단지와 연계된 ‘기회발전특구’가 사실상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근 군수는 지난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매각 결정을 전면 재고하거나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군수는 “군민은 SK오션플랜트를 지역경제의 마중물로 믿고 행정·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사전 협의 없이 사모펀드에 넘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군수는 “우리가 믿은 것은 SK의 자본이 아니라 약속이었다”며 “기업의 경영 판단은 존중하지만, 지역경제를 해치는 매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관계자도 “매각이 성사되면 특구 사업 차질과 지역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허동원 의원(고성2)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3년간 도와 군과 주민이 함께 이끌어온 투자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흔들리고 있다”며 “도의회 차원에서 매각 경위와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군상공협의회 김오현 회장도 “기업은 떠날 수 있지만 약속은 남아야 한다”며 “새 인수자가 들어오더라도 투자계획과 고용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성군은 ‘기회발전특구 연계 도시공간계획 수립 용역’과 ‘일자리 연계형 공공주택 건립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매각이 현실화되면 도시계획 전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사업 중단은 지역경제 전반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해상풍력 산업은 경남의 미래 전략산업 핵심”이라며 “기업의 경영 판단이 지역 산업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 매각 진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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