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도 못 올랐다”… ‘사천피’ 시대에도 ‘지수 착시’ 계속될까 [투자360]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서 ‘소수종목’만이 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개월(6월 4일~10월 24일) 동안 56.3%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코스피의 대형주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200 지수는 같은 기간 64.7% 상승했다.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서도 소수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피200 상승률(64.7%)을 상회한 종목은 200개 중 41개로, 전체의 20.5%에 그쳤다.

최근 6개월간 코스피200 종목별 평균 수익률은 38.9%, 표준편차는 48.3%다. 변동 폭이 큰 것은 일부 종목이 급등한 반면 다수 종목은 상승 폭이 제한됐다는 뜻이다. 코스피200 내 수익률은 최고 332.01%, 최저 -37.81%로, 종목 간 격차가 약 370%포인트에 달했다.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종목은 27개, 주가가 하락한 종목도 28개였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강세가 코스피 내 쏠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7월 이후 코스피200 동일가중 지수는 코스피200 시가총액 지수 대비 언더퍼폼하고 있어 초대형주의 강세장”이라고 덧붙였다. 코스피200 동일가중 지수는 200개 종목을 똑같은 비중으로 계산한다. 시가총액 지수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영향이 크다. 동일가중 지수가 뒤처졌다는 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만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반도체·조선·방산·원전 중심의 대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효성중공업(+332%) ▷두산에너빌리티(+214.17%) ▷SK하이닉스(+182%) ▷풍산(115.47%)등은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SK스퀘어(+217%) ▷두산(+160.24%) ▷미래에셋증권(+136.15%) ▷한국금융지주(+126.02%) 등 금융·지주사는 이재명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 기조와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다.

▷오리온(-16.23%) ▷이마트(-14.35%) ▷LG생활건강(-11.66%) 등 유통 종목은 내수 위축과 원가 부담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수 상승률이 개별 종목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개인투자자 자금은 개별 종목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코스피200을 기초로 한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액은 ‘KODEX200’ 6867억 원, ‘TIGER200’ 2811억 원, ‘RISE200’ 445억 원, ‘PLUS200’ 76억 원, ‘ACE200’ 73억 원으로 총 1조272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개별 종목은 네이버(2조7840억 원)와 SK텔레콤(8974억 원)으로 지수형 상품을 합친 규모가 단일 종목 상위권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4000선을 넘어선 지금부터는 지수보다 구성의 질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와 반도체 중심의 상승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지수는 오르더라도 체감은 여전히 ‘K자형’에 머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고, 한국 증시도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이끌지만 중소형주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선 글로벌 경기와 교역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도 업종대형주 중심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의 특징 중 하나는 주도 업종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도주 중심으로 지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중간재 수출가격 반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비철금속, 화학, 기계 등 수출 민감 업종”이라며 “중국의 공급 축소가 뚜렷해질수록 소재·산업재 산업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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