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상회담 30일 개최…APEC서 21개국 정상 한자리에

李대통령, 공개 일정 없이 ‘열공 모드’ 돌입
29일부터 ‘한미·한일·한중’ 릴레이 양자회담
日다카이치와 첫 회담…한미일 공조 등 논의
미·중 국빈방문…캐나다·상가포르 공식방한
2만명 밀착경호…행사장 주변 ‘최고수준 경비’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서영상 기자] 한일 양국이 오는 30일을 목표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날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주 한미·미중·한일·한중 정상회담까지 ‘메가 외교 이벤트’가 줄줄이 열릴 전망이다. 또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맞아 21개 회원 정상이 모두 경상북도 경주로 모이게 됐다.

李대통령 30일 다카이치 총리와 취임 후 첫 회담


2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는 30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확인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날 오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을 30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는 31일부터 진행되는 APEC 정상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30일부터 2박3일간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한 첫날 이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하게 되는 셈이다.

양국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올해 한일 관계 개선과 셔틀 외교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경제·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등 미래지향적 상생·협력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인구구조 등 공동의 사회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로 한 만큼 관련 공동성명 등이 나올지 주목된다.

또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등 북핵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양국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방한해 이 대통령을 만나는 만큼 관련 후일담을 들려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까지 확정되면서 이번 주 한국에선 한미·미중·한일·한중 정상회담이 모두 열리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이날 모든 일정을 비우고 ‘공부 모드’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일정은 보고 등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 순방 기간 기내간담회도 열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안 일정과 왕복 12시간 전용기 이동 중에도 정상회담과 APEC 관련 보고를 틈틈이 받고 보고서를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세계가 경주로 모인다…21개 회원·특별 게스트까지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의장 지위를 맡아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엔 러시아·대만·홍콩 등을 제외하고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 정상이 줄줄이 경주를 찾는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속으로 국빈 방한해 이 대통령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2기 집권 후 처음이자 2019년 약 6년 만에, 시 주석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 만의 방한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미·중 정상을 국빈으로 맞는 것은 처음으로,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곳에서 두 정상의 환영식을 연달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공식 방한 일정도 계획돼 있다.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중남미 정상 중 유일하게 이번 APEC에 오게 된다. 칠레는 한국과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다.

이밖에 특수한 사정으로 정상 대신 다른 인사가 참석하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문제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다. 대만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제약으로 정상급 총통이 불참하는 관례에 따라 린신이 총통 선임고문이 참석한다.

APEC은 주권국가들의 협의체가 아닌 ‘경제체(economy)’에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 ‘회원국’이 아닌 ‘회원’으로 표현하고, 대만 또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취급되는 홍콩에서도 정상급이 아닌 존 리 행정장관이 방한한다. 이밖에 페루와 멕시코에서도 장관급 인사가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본회의 1세션에 참석해 ‘특별 게스트’로 활동할 예정이다.

정부는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경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경호 안전을 총괄할 경호안전통제단은 25일과 27일 이틀간 경주와 부산 일대에서 최종 경호·안전 점검을 위한 FTX(Field Training Exercise)를 실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경찰 인력 1만8000명을 포함해 총 약 2만여명의 경호 인력이 안전과 각국의 정상및 배우자를 경호할 예정이다. 원활한 경호를 위해 경호인력은 미국전담팀, 일본전담팀, 중국전담팀 등 각각 나라별 전담팀을 구성해서 인력, 차량 지원 등에 나선다.

북미 정상회담은 아직 그 가능성만 있는 상태인 만큼 따로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만약 성사되는 경우 미국 전담팀이 이미 구성돼 있는 만큼 해당 팀을 보강해 경호인력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예술의전당,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밀집한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을 중심으로 주변 보안과 경비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정상회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일반인의 접근도 점차 제한된다.

주요 정상은 대부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모터케이드(의전차량 행렬)를 대동한 승용차 행렬로 경호를 받으며 경주까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지역 12개 주요 호텔에는 최고급 객실인 PRS(정상급 숙소) 35개가 준비됐다. 21개 회원 정상의 숙소는 대부분 회의장과 가까운 보문단지 내 배치됐다. 미국은 힐튼호텔, 중국은 코오롱호텔, 일본은 라한셀렉트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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