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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직 메이크업만으로 대결한다.’
처음에는 그냥 ‘화장’이라고 생각했다. 가리고 싶은 곳을 가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외모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 일상의 일부인 ‘메이크업(make-up)’ 소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공개를 앞둔 대중들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쏟아지는 오디션 경연 예능에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인 탓도 컸다.
지난 3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은 K-뷰티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맞붙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싱어게인’, ‘크라임씬’ 등으로 예능계의 판도를 흔든 스튜디오 슬램 윤현준 대표가 기획을 맡았고, ‘싱어게인 3’의 심우진 PD와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오버 더 톱’의 박성환 PD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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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메이크업’은 세계 최초 초대형 메이크업 서바이벌이라는 야심 찬 포부에 걸맞게 첫 화부터 화제성을 휩쓸며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메이크업’이란 소재가 가진 의외성, 그리고 상식을 깨는 제작진의 남다른 연출력이 식상한 포맷, 반복되는 참가자들 간의 서사, 지나친 경쟁에 지친 대중들을 흔들어 깨웠다.
시청량은 공개 2주 만에 7배 넘게 뛰었고, 이어진 주에는 8.5배까지 올랐다. 유튜브 등에서는 ‘저스트 메이크업’ 관련 숏츠들이 하루가 멀다 생산돼 쏟아지고 있다. 영상 최고 조회수가 1000만회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프로그램 흥행의 영향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까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 2회를 남겨놓고 있는 ‘저스트 메이크업’의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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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 메이크업은 한국에서 볼 수 없어요.”(‘저스트 메이크업’ 참가자 멘트 중)
서바이벌의 주인공은 참가자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1세대 레전드 메이크업 아티스트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아티스트, 그리고 크리에이터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참가자 라인업을 자랑한다. ‘파리 금손’, ‘뉴욕 마스터’, ‘퍼스트맨’ 등 심사위원으로 등장해도 손색없을 실력자들이 대거 참가한 것도 눈에 띈다. 신예들의 반짝이는 실력을 보는 것도 좋지만, 레전드들의 수십년 치 내공을 안방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스트 메이크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업계가 인정하는 실력자들이지만 누구 하나 자만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공간, 같은 상황, 같은 환경에서 마치 입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떨리는 가슴을 붙잡으며 미션에 임한다. 누구보다 메이크업에 진심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선배의 품격’이다. 내공은 거짓말하지 않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실제 결과도 그렇다. ‘손테일’은 미세한 터치 하나까지 완성도 있게 표현하며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고, ‘뉴욕 마스터’는 섬세한 브러쉬 컨트롤로 세계적인 감각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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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마녀’, ‘뷰티 왕언니’ 등 청담동을 대표하는 샵 원장들이 탈락의 기로에서 기꺼이 도전하는 장면도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까마득한 후배 맞은편에서 브러쉬 대신 수세미로 메이크업을 하고, 과감히 얼굴 한가운데 나비를 새겨넣는 이들의 열정이 주는 것은 묘한 감동이다.
여기에 메이크업의 완성은 애티튜드(자세)임을 알고, 심사 전 모델에게 포즈를 주문하는 ‘퍼스트맨’과 1시간가량 꼿꼿이 앉아 있던 모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파리 금손’의 모습은 비단 메이크업과 관련 없는 대중들에게까지도 전달하는 바가 크다.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의 자세, 하지만 결코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겸손과 배려가 이들이 왜 성공했는지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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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메이크업’은 ‘예쁘게 꾸민다’는 메이크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이 프로그램이 바라보는 메이크업은 아티스트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하나의 ‘예술’이다.
애초 기획 의도도 그랬다. 심우진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참가자 선정에 있어 단 하나의 기준은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가’ 였다”면서 “그래야 심사위원들도 진정성 있는 평가를 할 수 있고, 시청자들도 메이크업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합격, 불합격의 갈림길에서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명확히 보인다. 빨대를 이용해 눈 주위에 물이 튄 듯한 연출을 한 ‘맥티스트’가 날카로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아련한 스토리를 담은 ‘네버데드퀸’의 화상 분장이 1라운드를 통과했다. 메이크업 틀을 완전히 깨고 얼굴에 빨간 삼각형을 만들어 칠한 ‘파리 금손’은 데스매치를 이겼다.
덕분에 참가자들도 상황과 주제가 주어지면 한계를 정하지 않고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실력을 선보인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일반적으로 ‘예쁜’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완벽한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철학을 얹은 작품을 접하는 경험을 쌓아가며 ‘예술’로서의 메이크업에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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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테크닉을 통해 기술의 영역으로서 메이크업을 비추는 것도 신선하다. 어떤 브러쉬로 어떻게 펴 바르는지, 어떤 재료를 써야 인형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지 등 참가자들의 쉼 없는 고민과 도전 속에서 ‘저스트 메이크업’은 적극적으로 메이크업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8화 카마데누 미션에서 진짜 푸른 소를 창조해 버린 ‘손테일’의 작품은 테크닉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기술로 풀어낸 메이크업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시청층까지 흡수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쿠팡플레이 측은 “메이크업을 단순한 ‘꾸밈의 도구’가 아닌, 아티스트 손끝에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예술적 기술’로 풀어내면서 남성 시청자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가 창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메이크업이 창의성과 정교함이 요구되는 고도의 예술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평이 많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모든 것은 오로지 메이크업 실력만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데 집중돼 있다. 그에 따라 세트장 구성도 모델의 ‘메이크업’만 주목받을 수 있게 구성된 것이 눈에 띈다. 세트장은 시종일관 어둡고, 참가자들의 옷차림도 검다. 모델들은 하나 같이 까만 민머리로 등장한다. 밝은 곳은 거울 조명 앞뿐이다.
2라운드 데스매치 미션에서 제작진이 준비한 ‘디테일’은 이마를 ‘탁’ 치게 만든다. 같은 주제로 1대 1 메이크업 대결을 펼쳐야 하는 30인에게 제작진이 준비한 것은 15쌍의 쌍둥이. “나 소름 돋았어”. 한 참가자의 말처럼, 같은 옷을 입은 쌍둥이들이 무대 위에 가득 찬 것도 장관이지만, 공정한 심사를 위해 똑같은 도화지가 필요하다는 제작진의 발상과 실행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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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세트와 미션 등 ‘보이는 것’에 유난히 철저히 준비한 이유가 있다. ‘메이크업’은 보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도 스토리가 있고, 아티스트의 의도가 있겠지만 결국 평가는 ‘어떻게 보이는가’에서 결정 난다.
‘저스트 메이크업’이 ‘흑백 요리사’의 메이크업 버전으로 불리지만, ‘흑백 요리사’와 가장 다른 점은 여기에 있다. 요리는 맛을 볼 수 없지만, 메이크업은 실력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맛, 향, 식감 등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을 2차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심사위원과 같은 입장에서 참가자들을 평가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서사 없이 유독 담백한 것도 같은 이유다.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만 승부한다.
게다가 ‘저스트 메이크업’은 메이크업 서바이벌이지만,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펼치는 경연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심사위원단도 투명 메이크업의 창시자인 정샘물,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K-팝 메이크업 대가 서옥,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마스터 이진수 등 K-뷰티의 대표 주자들로 채웠다.
‘저스트 메이크업’은 K-뷰티의 수준과 가능성을 다양한 미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1대 1 데스매치 미션에는 K-뷰티의 상징이기도 한 ‘내츄럴 메이크업’(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주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하고, 팀 미션으로는 K-팝 아이돌의 무대 메이크업을 내놓으며 자연스레 ‘K-팝’이라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와 ‘K-뷰티’를 한데 묶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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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무대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K-팝’ 팬덤에 대한 해석, 그리고 스토리를 담은 메이크업 설계에서 드러나는 한국식 팬덤 문화를 간접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K-팝 아이돌들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만큼, K-팝 무대 미션을 통해 ‘K-뷰티’의 세계화에 힘을 실어보려는 제작진의 의도도 엿보인다.
앞으로 단 2회다. 결승전에 오를 최종 3인도 아직 결정되기 전이다. 현재까지 최종 결승에 오른 것은 LED를 사용한 메이크업을 선보인 ‘파리 금손’. 9화와 10화는 오는 31일과 내달 7일 한 편씩 공개된다. 다가오는 종영이 아쉽지만, 시즌2도 기대해 볼 만하다. 아직 제작진의 출연자 보석함이 다 공개된 것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