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해외투자 절반이 정부(국민연금)
해외투자 큰손 포트폴리오 조절 시사
실현 시 직접적 달러 여건 개선 가능성
국민 노후자산 인위적 수익률 조정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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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60원 이하로 하락했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하락한 1456.00원을 나타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환율 폭등에 외환당국이 꺼내든 칼은 ‘국민연금’이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1470원 천장을 뚫고 치솟던 환율은 단숨에 1450원대로 내려왔다. 앞서 연이은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끄떡없던 환율이 하루 사이 단숨에 10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기저에는 정부가 국민연금과 환율 안정을 논의하겠다는 발언이 가진 힘에 있다. 정부의 해외투자 중심에 있는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국내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면 상당 부분의 달러 실수요가 감소해 환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에 이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이유는 해외투자 수요에 있었다.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달러 실수요가 늘었고 이에 달러 수급 균형이 일부 무너졌다.
이를 최근 이끈 것은 개인이지만, 시계열을 늘려 잡으면 일반정부의 수요도 매우 컸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정부는 사실상 국민연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제수지 금융계정 내 주식(자산) 항목은 누적 718억422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록 421억9690만달러와 비교해 296억4530만달러나 많은 수준이고, 심지어 기존 연간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685억3220만달러)조차 이미 뛰어넘었다.
특히 3분기 주식(자산) 231억6080만달러 중 일반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억1660만달러에 달했다. 3분기 해외 주식투자의 절반가량이 일반정부의 투자였다. 같은 기간 개인이 속하는 비금융기업 등 항목은 32억7250만달러였다.
시장에서는 국내 최대의 투자 주체인 국민연금이 당분간 이러한 해외주식 매수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견조한 투자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 시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시장을 대신에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늘린다는 얘기가 있지만 구조적으로 국내 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밖에 되지 않아 연기금 등 일반정부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국내 비중을 확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14일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부 생겨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환율이 한때 1470원을 상회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조적인 외환수급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거주자들은 개인도 있지만, 일반정부(국민연금)도 포함된다. 이어 구 부총리는 “외환·금융당국은 국민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하여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된다면 달러 수급 여건은 크게 개선된다. 해외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달러 실수요가 줄어들면서 환율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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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월가의 돌진하는 황소상 [AP] |
올해 초 환율 급등세를 빠르게 잠재웠던 전략적 환헤지도 국민연금과 함께 취할 수 있는 환율 안정 카드다.
환헤지는 해외 투자 때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정 시점의 환율로 고정해 놓는 방법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지만, 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내부 규칙에 따라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한은과 체결한 650억달러 외환스와프 계약을 이용한다. 시장에서 외환을 끌어 쓰지 않고 한은에서 빌려 쓴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에 동원하게 되면 일단 효과는 매우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0.7원 내린 1457.0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 1471.9원에서 출발했지만, 구 부총리가 국민연금 등과 환율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발언이 나오자 1450원대 중반까지 수직 낙하했다. 이날 장중 변동 폭은 22.9원으로 지난 5월 2일 34.7원 이후 가장 컸다.
지난 10월 1년 반 만에 구두개입에도 지난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의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꿈적하지 않던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이후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 항목이 별도로 담겼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투자에 따른 환율 상승 불안도 크게 줄었다.
다만, 과연 국민연금을 어느 정도로 환율 안정에 이용할 수 있을지 또 이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반론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수익률을 올려야 국민의 노후 자산을 충분히 쌓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필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외 개인의 투자세가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국민연금이 투자 규모를 줄이더라도 개인의 매수세가 많이 늘어난다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10월 들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6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환율을 하락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결국 정부가 개입한 것”이라면서도 “원화 약세의 근원 중 하나였던 엔화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가 약화되자 달러가 강세를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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