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불확실성 덜고 투자 대상 확정
대미 투자 구조 “韓에 불리할 수 있어” 우려
“국내 철강산업 버틸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
![]() |
![]() |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큰 성과지만, 투자 구조와 철강 산업 문제 등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1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와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서명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은 공통적으로 긍정 평가했지만, 투자 구조의 불균형과 분쟁 해결 절차의 모호성, 철강 산업의 불리한 여건 등은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관세가 대만·일본·유럽연합(EU)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확정되며 불확실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연간 200억달러씩 분산 투자하도록 한 구조는 외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투자 리스크를 줄여줄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유망 분야가 확정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구두 합의가 문서화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자동차 관세 일정 등 그동안 불명확했던 사안이 정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미국이 예외를 허용해 한국 조선업의 상선·군함 건조 참여 가능성을 열어준 점이 성과로 꼽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이를 “한국 조선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대미 투자 구조가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공통된 우려로 제기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는 총 2000억달러의 현금 투자와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2000억달러 투자는 한국 외환시장 부담 경감을 위해 연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이뤄진다. 투자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5대 5의 비율로 배분하되, 원리금 상환 이후부터는 이 비율이 1대 9로 바뀐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현금 투자 비율과 원금 회수 방식 등에서 한국이 기대했던 조건과 다르게 불리한 요소가 반영됐다”며 “정부가 일방적이고 강압적 협상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교수는 “200억달러는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상한일 뿐이며,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못 보낸다고 했을 때 미국이 ‘선의를 갖고 검토한다’는 의미이지, 이를 반드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협상과 보완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기보 교수는 투자 이익 배분 문제와 함께 핵추진잠수함과 연계된 우라늄 농축·재처리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실장은 “품목 관세가 늘어난 상황에서 관세 협상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교수는 “연 200억달러 투자에 필요한 조달 방식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미국 내 완성품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고용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황 교수는 양자 협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다자 협력을 강화해 미국·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한미일 공급망 공조 확대 역시 향후 대응 전략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관세 협상 대상에서 빠지면서 관세 50%가 확정된 철강 산업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석병훈 교수는 “미국의 높은 관세 환경 속에서 국내 철강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대 실장은 “EU가 철강 수입제한(세이프가드)의 연장·강화를 검토 중인 만큼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며 “미국·EU 모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대응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양영경·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