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이백 10.9초·최고속도 264kph…‘신사 같은’ 퍼포먼스카 [시승기 - 제네시스 GV60 마그마]

프랑스서 서킷 레이싱서 직접 체험
고속 코너·드리프트에도 몸은 편안
‘럭셔리+고성능’ 정답에 가까운 셋업
V6 레이싱카 같은 사운드·가상 변속 감각
전기차와 내연기관 경계 허물어


피트레인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GV60 마그마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21일(현지시간) 눈발이 흩날리는 프랑스 남부 폴 리카르 서킷. 피트 레인에는 오렌지빛 전기차 여섯 대가 조용히 줄을 서 있었다. 전날 월드프리미어를 마친 제네시스의 첫 럭셔리 고성능 양산차 ‘GV60 마그마’다. 강렬한 오렌지 컬러와 낮고 안정된 차체 비율에 글로벌 취재진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곳곳에서는 연신 셔터를 누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기자는 폴 리카르 서킷 5.8㎞ 구간에서 진행된 ‘GV60 마그마 핫 랩(택시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동승했다. 제네시스가 말하는 ‘신사 같은 퍼포먼스카’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보는 자리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GV60 마그마는 제로백(0→100㎞/h) 3.4초, 제로이백(0→200㎞/h) 10.9초라는 수치 그대로 압도적인 가속력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도를 ‘억지로’ 체감하게 하지 않는 안정된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운전대를 잡은 이는 내년 시즌부터 GMR 팀에서 활동할 베테랑 내구레이서 폴루 샤탕(34). 조수석과 2열에 앉은 취재진을 돌아보며 그는 “컨디션 괜찮으시냐. 정말 좋은 차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피트 레인을 빠져나오자마자 차량은 굉음을 내며 트랙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약 7초 남짓한 시간에 계기판 속도는 이미 시속 160㎞를 넘어섰다. 동승자석에서는 절로 ‘와우’라는 감탄이 튀어나왔다.

버킷 시트는 인상적이었다. 탄탄하게 몸을 감싸면서도 불편함 없이 자세를 잡아준다. 기자가 앉은 자리에서도 차체가 재빠르게 움직이는데, 시트는 과하게 요동치지 않고 몸을 ‘고정’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는 쿠션 전방을 높이고 후방을 낮춘 이중 곡률 구조 덕분에 착좌 높이와 무게 중심을 낮춘 설계 때문이라고 한다.

피트레인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GV60 마그마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트랙에 눈발이 쌓여가는 상황에서도 차량은 시속 200㎞/h를 넘나들며 묵직한 안정감을 유지했다. 사운드는 더욱 놀라웠다. 일반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풍절음·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리기 마련이지만, GV60 마그마는 차음 구조를 치밀하게 다듬는 동시에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음을 구현해냈다.

제네시스는 타이어 내부에 흡음 패드를, 바닥에는 흡·차음재를 재배치해 저·고주파 노이즈를 여러 겹으로 걸러냈다. 여기에 노면 진동과 소음을 센서로 읽어 반대 위상의 음원을 송출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을 적용했다. 마그마 특유의 경쾌한 주행음은 e-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플러스(e-ASD+)와 버추얼 기어 시프트(VGS)에서 나온다.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선보였던 음원을 기반으로 개발한 사운드는 전동차임에도 ‘고성능 엔진의 회전 질감’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길게 뻗은 스트레이트에서 속도를 올리면 이 사운드가 더욱 돋보인다. 단순히 시끄러운 음향이 아니라, 차량 움직임과 정확히 연동되는 톤·피치 변화가 주행에 독특한 긴장감을 더한다.

코너링은 이날 테스트의 백미였다. 매섭게 눈발이 날려 노면이 빠르게 젖어갔는데도 GV60 마그마는 미끄러지는 듯하면서도 정확한 궤도를 찾아가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는 이번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덕분이다. 제네시스 R&H시험팀은 바퀴와 직결되는 로어암·허브 캐리어·링크 구조를 통째로 다시 설계했다.

GV60 마그마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핵심은 ‘롤센터’를 크게 낮춘 것이다. 차량이 코너에서 기울어지는 가상의 중심축인데, 전륜은 122.3㎜→41.6㎜, 후륜은 169.6㎜→80.1㎜까지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타이어 수직하중은 약 10% 늘고, 코너링 포스는 18% 이상 향상됐다고 제네시스는 설명했다.

여기에 스트로크 센싱 타입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End-of-Travel(EoT) 제어까지 결합됐다. 전륜에 적용된 하이드로 G 부싱, 후륜의 듀얼 레이어 멤버 부싱은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진동을 줄여준다. 눈발로 젖은 노면에서도 트랙을 ‘미끄러지는’ 게 아니라 ‘밀고 나가는’ 느낌이 강했다.

동력 성능 역시 고성능 모델다운 구성이다. 전·후륜 듀얼 모터는 회전자 고속화 개발로 최대 2만920rpm까지 회전한다. 부스트 모드가 작동하면 합산 출력은 650마력, 최대 토크는 790Nm까지 치솟고 최고속도는 시속 264㎞에 달한다. 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인버터를 2스테이지 구조로 구성해 고속 영역에서도 토크와 출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제동 성능은 직경 400㎜ 디스크와 모노블록 캘리퍼, 고성능 ABS 제어를 기반으로 한다. 100→0km/h 감속 성능은 약 33.8m 수준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RANGE·COMFORT·SPORT에 마그마 전용 GT·SPRINT까지 총 5가지. 이중 GT 모드는 고속 크루징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이어가면서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순간 별도 조작 없이 자동으로 부스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GV60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마그마’만의 레이싱 감성을 덧댔다. 블랙 톤 샤무드와 스웨이드, 곳곳에 배치된 마그마 오렌지 컬러 포인트가 인상적이다.

피트레인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GV60 마그마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스티어링 휠은 원형 림에 마그마 컬러 스위치, 패들 시프터가 적용됐다. 다양한 기능을 스티어링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으면서도 제네시스 고급차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을 유지했다. 계기판·인포테인먼트·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마그마 전용 GUI가 적용돼 주행 정보가 직관적으로 표시됐다.

GV60 마그마는 내년 1월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된 뒤 유럽·북미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향후 10년 동안 전 라인업에 마그마 버전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모델이 마그마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피트레인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GV60 마그마 [르 카스텔레(프랑스)=김성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