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결렬…정부안 본회의 자동 부의
시트 작업 소요 고려…1일 밤 합의 마지노선
“초당적 협력 준비” “결단·책임 필요” 압박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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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여야가 728조원 규모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말 내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양당 간사가 논의를 이어갔으나 50여개 쟁점 안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부의됐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경우를 대비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 수정안 단독 처리를 고심하고 있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예결위 여야 간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쟁점 50여건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 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은 ‘4+4’ 회동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전 한차례 회동 후에는 예결위 여야 간사끼리 쟁점을 좁히지 못하면서 원내대표 회동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예결위 간사 간 합의에서 타결이 안 되는 쟁점 3~4건을 최종 담판을 하는 것이지 원내대표가 예산안 수십 건을 놓고 회의한 적이 없다”며 “쟁점을 10건 이하로 줄이자고 제안했으나, 야당에서 예결위 소소위를 파투 내고 원내대표 회동을 요구하는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은 국회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감액 안건을 심사하고, 소위에서 합의되지 못한 ‘보류 안건’은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2차관 등 핵심 관계자만 배석한 ‘소소위’에서 추가 협상에 돌입한다. 소소위 단계에서도 타결하지 못한 안건을 여야 원내대표가 담판을 짓는다.
쟁점 안건은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에 담긴 각종 정책 펀드(약 3조5421억원), 지역사랑상품권(1조1500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정부 예비비(4조2000억원), 대미 투자 지원 정책 패키지(1조9000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정부안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에서 삭감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법정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산안은 이날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예결위 심사가 종료된 만큼 여야가 예산안 협상을 타결할 경우 수정안을 본회의에 바로 올려 처리하게 된다.
올해도 예결위 합의 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회 예결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그 책임은 심사에 협조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발목을 잡은 국민의힘에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안 제시 없이 시간만 끌고 민생 예산은 무조건 감액하는 ‘침대축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국회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법정 시한 내 예산안 합의 처리를 촉구했다.
예산 부수 법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여야가 합의 처리했으나, 이견이 큰 법인세·교육세는 정부 원안대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배당소득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 30% 적용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예산 부수 법안 11건을 의결했다.
여야는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 25% ▷50억원 초과 30%의 최고세율에 합의했다. 당초 정부는 3억원 초과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35% 적용하고, 배당성향 40% 또는 배당 성향 25%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안을 제출했다. 대상 기업은 배당성향 40% 또는 배당 성향 25% 및 전년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경우로 수정, 내년 배당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세 및 교육세도 여야 미합의로 우선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는데, 정치권에서는 추가 협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를 구간별로 1%p씩 올리자는 정부안에 맞서 국민의힘은 200억원 이하 구간에서 현행 세율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는 ▷2억원 이하 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19%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21% ▷3000억원 초과 24% 등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교육세의 경우 정부안은 수익 1조원 이상 금융·보험사에 현행 0.5%에서 1.0%로 상향인데, 인상률은 정부안대로 하되 기준을 수익이 아니라 순익으로 하자는 게 국민의힘의 안이다.
올해도 국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전망이다. 법정 처리 시한은 2일이나, 시트 작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날 밤까지는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해서다. 원내 관계자는 “2일 본회의에서는 비쟁점 법안 위주로 상정할 전망이다. 합의되지 않은 채 예산안을 올릴 수 없다”면서도 “합의를 마냥 기다릴 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산안 합의 결렬 시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예산 수정안 단독 처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상황에서 야당에서 사과 등 입장 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정국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경우 민주당이 예산안을 강행할 수 있는 의석을 갖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액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협조를 구하며 예산안 합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이 신속히 통과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정 시한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도 “막무가내 삭감만 주장하지 않는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바를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과감히 채택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씀처럼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도 되어 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실무 협의는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최종 결단과 책임”이라며 “삭감하겠다며 시간을 끌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예산을 협상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