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유럽, 종전 방해…평화안 변경은 러시아 압박용”

투자포럼서 유럽 겨냥 “유럽은 전쟁 편…종전안 변경 용납 못 해”
모스크바서 트럼프 특사·사위와 약 5시간 종전안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미국 특사단과의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AP·타스·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만나기 전 열린 투자 포럼에서 “우리는 유럽과 싸울 계획이 없다고 수백 번 말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유럽은 우리와 충돌을 원하고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은 평화 의제 없이 전쟁의 편에 서 있다”며 “그들이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 제안의 일부 변경은 전체 평화 프로세스를 막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결코 수용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런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며 “최근 제안된 변경 사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이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평화 이행 절차의 붕괴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크렘린궁에서 위트코프 특사·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과 약 5시간 동안 종전안을 논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에서는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과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배석했다.

회담에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측 참석자는 통역을 포함해 총 3명”이라며 “회담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과거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러시아 측 통역사 의존을 이유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날은 미국 측 통역사가 동석했다고 전했다.

회담 이후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이번 만남을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으나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더 가까워진 것도, 상황이 더 나아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종전안을 추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협상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 회동에서 28개 항이던 종전안이 19개 항으로 축소된 데 따른 추가 협의였다.

미국이 주도해 처음 마련한 종전안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안에는 우크라이나의 군대 규모를 60만 명으로 제한하고, 나토(NATO) 비가입을 헌법에 명기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러시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내용이었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문제를 제기한 조항들은 삭제됐거나 정상 간 회담으로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 위트코프 특사가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방식에 대해 조언하는 듯한 통화 내용이 유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종전안은 제네바에서 19개 항으로 줄었고,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를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에 불리한 방향의 추가 수정에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왜 즉시 평화 협정에 서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지연하면서 유럽을 ‘패싱’하고 트럼프 행정부와만 접촉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토 고위 관계자는 WSJ에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동맹은 단결돼 있고, 러시아는 유럽에서 나토를 이길 만한 병력·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