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 지상전 개시’ 진짜 가능할까 [디브리핑]

의회승인 없는 민간선박 공격, 선원사살 ‘무리수’
트럼프가 “임박” 시사한 지상전도 법 위반 소지
관세부터 ‘의회 패싱’, 베네수 대응에서도 재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경청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전쟁 범죄 논란을 불러온 미국의 베네수엘라 선박 격침 및 생존자 사살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견지해온 ‘의회 패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박했다고 시사한 베네수엘라 지상전도 의회 승인 없이는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미 해군의 베네수엘라 선박 격침은 교전 상태가 아닌데도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는 점과 생존자를 2차 총격으로 사살한 것, 이후 의회 보고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누락된 것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선박이 미국으로 마약을 실어나르는 배였기 때문에 긴급히 작전에 들어갔다고 주장하지만, 마약운반선이라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을 두고 국제법 뿐 아니라 국내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회 승인 없이 교전을 결정한 ‘의회 패싱’으로 인해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것. 트럼프 행정부의 고질적인 ‘의회 패싱’이 이번에도 사달을 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핵심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속한 시행을 위해 의회를 ‘패싱’하고 행정명령 등으로 일을 강행한 경우가 많았다. 핵심 정책인 교역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도 무역법 등의 절차를 따르려면 상무부 조사와 의회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있을 정파적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해 관세를 부과했디.

린지 할리건이나 알리나 하바 등 자신에게 충성파인 인사들을 검사장으로 임명하는 과정도 의회 승인 없이 ‘임시검사장’ 임명으로 대신했다. 본래 검사장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임시검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상원 인준을 건너뛴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대부분 법원에서 좌초되고 있다. 상호관세도 지난달 5일(현지시간) 열린 대법원 첫 심리에서 대법관들의 부정적인 지적을 받았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부터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까지 다수의 대법관들이 관세는 의회의 권한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할리건·하바 임시 검사장 임명 역시 법원에서 임명 과정이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잇딴 ‘의회 패싱’으로 번번이 사달이 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마약 운반선들을 잇달아 격침한 덕분에 미국에서 마약 오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줄었다면서 “우리는 이런 공습을 지상에서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미 국내법과도 상충될 소지가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73년 전쟁권한법에서 대통령은 군사 행동을 개시한 후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며, 의회의 승인이 없는 한 해당 병력은 60일(철수가 실현 불가능한 경우 90일) 이내에 철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이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한 것은 9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회에 통보한 것은 이틀 후인 4일이다. 오는 3일이면 대통령의 최초 통보 이후 90일 이상이 지난 것이다. 해당 규정에 따르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지상군을 투입하려면 의회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게 WP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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