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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최근 영국 BBC가 한국산 무허가 보툴리눔 톡신으로 인한 현지 피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 속에 한국산 의약품의 위상이 높아진 시점이지만,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면 자칫 국산 톡신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BBC는 지난 9월 탐사보도를 통해 현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짜 의사’와 무허가 시술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영국 전역에서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은 여성 수십 명이 입원 치료를 받거나 마비 증상을 겪는 등 집단 부작용 사태가 발생했다. BBC는 이들이 미용사 등 비의료인으로부터 암시장에서 유통된 ‘한국산 톡신’을 맞은 것으로 파악했다.
취재진이 런던의 한 에스테틱에 잠입한 결과, 의료인을 사칭한 사업가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한국산 톡신을 한 병당 149파운드(약 26만원)에 권유했다.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은 즉각 단속에 나섰다. MHRA는 “2023년 5월 이후 국경수비대와 협력해 허가받지 않은 톡신 4700병 이상을 압수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한국산이었다”고 밝히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무허가 제품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국내 의약품 유통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간접수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생물학적 제제로, 적정 온도를 벗어나면 독소 구조가 변형될 수 있어 철저한 ‘콜드체인(저온 유통)’이 필수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사가 해외 바이어에게 직접 보내는 ‘직접수출’과 달리, 국내 무역상(도매상)을 거쳐 나가는 ‘간접수출’ 방식은 유통 단계가 늘어나는 만큼 관리 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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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수출’ 문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일부 제약회사 간의 최대 법적 쟁점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제조사가 국내 무역상에게 제품을 넘기는 행위를 ‘국내 판매’로 간주하고,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 약사법 위반으로 보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수출을 목적으로 한 대행 거래이므로 국내 규제가 아닌 대외무역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맞서왔다.
최근 사법부의 판단에 주목되고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간접수출도 수출의 과정으로 봐야하며, 국가출하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나, 서울행정법원 및 대전고등법원 등 기타 사법부는 업계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방향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유통의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간접수출이 합법적인 수출 경로로 인정받더라도, 무역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제품이 당초 목적지인 해외가 아닌 국내 불법 유통망으로 새어 나가거나, 영국 사례처럼 비공식적으로 반출될 경우 제조사가 이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정식 허가를 받고 수출하는 기업의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기관의 관리망을 벗어난 제품이 해외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결국 ‘한국산 톡신’ 전체의 품질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이에 제도권 내에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 비공식적으로 공급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적 관리가 미비하면 라벨 변경과 같은 불투명한 유통 행태까지 나타날 수 있어, 보다 체계적인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