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싯 ‘연준 의장 유력’에 제동…“트럼프와 너무 가깝다” 반대론 확산

CNBC “고위 인사들, 시장 역효과 우려 전달”
베팅 플랫폼서 해싯 51%·워시 44%…격차 급축소
WSJ·FT 잇단 보도 속 ‘두 케빈’ 구도 흔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해싯(Kevin Hassett)이 2025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텔레비전 인터뷰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후보로 유력시되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반대론에 직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경쟁 후보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다시 부상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CNBC 방송은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고위 인사들이 해싯 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에 오를 경우 금융시장에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자문이자 측근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함께 제롬 파월 현 의장의 후임(내년 5월 취임)으로 거론돼 왔다. 그동안은 해싯 위원장이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고, 한때 낙점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CNBC는 “해싯 위원장이 대통령과 지나치게 밀접하다는 인식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기조에 휘둘릴 경우 인플레이션 억제 신뢰가 약화되고, 장기 국채금리가 오히려 상승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와 반대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시장 베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베팅 플랫폼 ‘칼시(Kalshi)’에 따르면 이달 초 80%를 웃돌던 해싯 위원장의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은 이날 기준 51%로 떨어졌다. 반면 워시 전 이사의 가능성은 같은 기간 11%에서 44%로 급등했다.

CNBC는 이달 초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의장 후보군 면접이 취소된 가운데, 워시 전 이사와의 면담은 지난 10일 다시 진행됐다는 점도 해싯 위원장에 대한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워시 전 이사가 후보 명단 상단에 있다고 밝히며 “케빈과 케빈이 있다. 두 명의 케빈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에서 영향력이 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워시 전 이사에 대한 지지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싯 위원장도 최근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전날 CBS 방송에 출연해 연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정책 결정에서 내 목소리가 경청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해싯 위원장은 “그의 의견에는 아무런 가중치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단지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이 사실상 ‘해싯 대 워시’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연준 독립성과 시장 신뢰를 둘러싼 논쟁이 향후 인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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