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부터 연명치료까지…이 대통령 연일 논쟁적 화두 제시

李 “국민이 물어보라 메시지 엄청 온다”
“넷플릭스보다 시청률 높다는 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생중계 부처 업무보고가 2주차로 접어든 가운데 연일 논쟁적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17일 이 대통령이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 등 업무보고를 앞둔 가운데, 전날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등 보고에서 탈모대책과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 등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업무보고에서 “또 무슨 폭탄이 떨어질까 긴장되느냐”는 농담으로 포문을 열었다. 일부 기관장 질타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국민이 물어보라 요구하는 게 많다. 요즘 메시지 엄청 온다. 오늘 업무보고 시청률도 엄청 높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보다 더 높다는 설이 있다”며 국민적 관심에 고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탈모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생긴 속된 말로 대머리니까 (건보 적용을) 안 해 준다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탈모 치료를 미용이라고 봤는데 요새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탈모치료제의 건보 적용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때 내건 공약이었다. 당시 100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탈모 인구가 이 공약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에선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금도) 제게 ‘왜 약속 안 지키냐’고 하는데 ‘저번에 약속했지만 이번에는 안 했다’고 말하기 어려워 ‘아, 네’ 하고 넘어가곤 한다”고 소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전적으로 생기는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지기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하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유전병도 유전에 의한 것 아니냐. 개념 정의의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미용 목적의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과 관련해선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무한대 보장이 너무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하는 등 검토는 해보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에 대해선 “온 국민이 세금으로 관리비를 내주고 방문하는 소수가 혜택을 누리는 것 아닌가. 최소한 사용 비용 부담은 해주는 게 실질적인 형평에 맞다”고 했다.

올해 6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효과를 언급하면서 “관람객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냐”고 물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대 성수기 땐 안전 관리가 우려될 정도라고 답했고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내년부터 예약제 도입과 함께 유료화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진다. 귀하게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등 업무보고에선 “박물관이 공개해 관람 대상으로 정해둔 것 말고 수장하고 있는 문화재 문제에 국민들이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아무나 들어가서 빌려갔다는 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문화재를 무단으로 대여, 이를 관저 등에 비치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가 무슨 숫자를 외웠거나 뭘 모르는 걸 체크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며 공무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어 “진짜 문제는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이다. 판단을 왜곡시킨다. 모면하기 위한 허위보고도 하지 말라”며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다 파악하겠나. 모른다. 궁금한 것 몇 개 물어볼 뿐”이라고 말했다.

‘환단고기’ 등 논란을 의식해 조심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연명치료 중단 환자에게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복지부에 지시하며 “요새 말만 하면 꼬투리 잡아서 자꾸 전제를 말에 달게 된다. 내 얘기가 아니라 누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종교·윤리적 문제가 결부된 연명치료 중단을 자신이 지시한 것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민원을 즉석에서 해결해 주기도 했다. 진료비 부당 청구 수사를 위해 직원 40여 명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해 달라는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의에 대해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저기는 해결해 주도록 하시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공항사장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말이 참 길다”며 질책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사를 의도적으로 질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반박하기라도 하듯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정 이사장의 현장 민원을 곧바로 수용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성남시장 시절 청소대행 업체를 선정할 때 기존 관행과 달리 사회적 기업과 계약한 사례를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회적 기업을 지정해 현금 지원을 해줬다”면서 “당시 ‘이재명이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고정간첩)’이라고 말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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