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반토막, 재작년 순매도 2.5배
달러 수요 감소보단 계절적 요인 때문
이창용 “거래량보단 기대감이 중요”
해외투자 ‘큰손’ 국민연금 역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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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감소폭은 작년 연말과 유사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 높아지면서 ‘매수 행렬’이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절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셈이다. [게이티이미뱅크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홍태화 기자]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감소폭은 작년 연말에도 유사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높아진 원/달러 환율에 미국 주식 ‘매수 행렬’이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절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셈이다. 설상가상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에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화 가치 회복의 ‘구원투수’로서 국민연금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일 예탁결제원을 통해 ‘외화증권예탁결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첫 2주(12월 1일~12월 12일) 국내 투자자(개인·일부 기관)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23억 달러(약 3조4000억원)였다. 지난달 마지막 2주(11월 17일~11월 28일)는 12억4000만 달러 순매수했다. 12월 들어 순매수 규모가 46.3%가량 급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서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주식 매수가 급감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 나아가 달러 수요가 줄면서 환율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됐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이달 순매수 감소가 계절적 요인에 있다고 보고 환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2025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12월에 미국 주식 투자가 줄긴 했지만 (연말에는)해외 주식투자 양도세 공제 한도가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매도를 한다”며 “평소 줄어든 양과 비교하면 올해 줄어든 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마지막 2주(11월 18일~11월 29일)과 12월 첫 2주(12월 2일~12월 13일)의 순매수 규모는 15억4000만 달러에서 8억2700만 달러로 46.1% 감소했다. 규모 자체는 올해가 더 많지만, 감소폭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 2023년 같은 기간을 봐도 2억3000만 달러 순매도에서 5억7000만 달러 순매도로 12월 들어 순매도 폭이 2.5배가량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서학개미’ 열풍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1~11월 월평균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3억 달러였는데, 12월 평균은 9억 달러였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상 해외주식을 팔아서 벌어들인 이익 중 연간 250만원까지는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준다. 연말이 되면 절세를 위해 250만원 이익 초과분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연말 줄어든 순매수 규모가 내년 1월에는 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 나아가 이 총재는 “거래량이 환율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환율을)결정한다”고 말했다. 한두달 간 거래량 감소보다는 앞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달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2.3원까지 뛰며 지난 4월 8일(1487.6원)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주간 거래 종가도 1479.8원으로 역시 4월 9일(1481.1원) 이후 최고치였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주간(낮) 종가보다 2.5원 내린 1477.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학개미의 매수세 축소에도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 배경에는 외국인의 이탈도 있다.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지 않으면 원화 수요가 약해지면서 환율은 상방 압력을 받는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등을 모두 합친 국내 시장(상장지수펀드·ETF 등 제외)에서 누적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9조447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에서 7조7280억원이, 코스닥 전체 시장에서 1조6680억원이 순매도됐다.
코스피 상승 기대 등으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유입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은 지난 11월 방향을 바꿨다.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으로 지난 11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13조373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 118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4910억원을 던졌다. 외국인의 투자는 12월에 들어서도 완전히 돌아왔다고 보기 어렵다.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누적된 전체 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7560억원으로 11월 순매도 규모의 5.7%가량에 불과하다. 이번주 들어서는 순매도로 흐름이 바뀌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해외투자에 열을 올려 달러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주식 투자의 ‘큰 손’이 된 국민연금이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2년 해외투자를 처음 시작한 뒤 규모를 계속 늘려왔다. 올해 9월 말 기준 해외투자 규모는 508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기금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3%였다.
이 총재도 국민연금의 역할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17일 ‘물가설명회’에서도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과 추진중인 ‘뉴 프레임워크’에 대해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환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화로 평가되는데 나중에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게 되면 원화가 절상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어떤 수익률로 보상할지 서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큰 손이 됐다”며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0년 전과 다른 만큼 국내 시장에 투자할 돈은 어떻게 할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말 만료 예정인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거래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외환스와프란 국민연금이 연간 650억달러 한도로 한은의 외환 보유액에서 달러를 먼저 받고 나중에 돌려주는 구조다. 아울러 기금위는 전략적 환헤지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탄력적 집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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