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협회장 “운용은 자율, 책임은 강화”…개선안에 시장 “안도 속 긴장” [투자360]

역차별 우려했던 운용 규제는 제외…투명성·내부통제 강화
자본시장 “방향성 공감”…세부기준엔 이견


박병건 한국PEF협의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안효정 기자] 금융당국이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는 운용 규제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책임성 강화 흐름에 대해서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제도 개선안에 투자기업 기업 자산 매각·배당 제한이나 볼트온 전략 제한 등이 빠지면서 시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중대 법령 위반 시 GP 등록 취소까지 가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등을 놓고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23일 박병건 한국사모펀드협의회 회장은 서울 중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금융위원회에서 여러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끝에 사모펀드 업계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개선안을 도출했다”며 “시장에서 우려했던 운용상 규제가 도입되면 해외 운용사들과의 역차별 우려가 생길 수 있는데 포함되지 않아 부담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제3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개최하고 PEF 제도 개선방안을 공개하는 한편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연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방안은 ▷중대 법령 위반 시 등록 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GP 등록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도입 ▷금융사 수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중대형 GP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 등이 골자다.

▶시장 “합리적 수준” 평가에…해외와 어깨 나란히 기대감 ‘솔솔’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운용 규제가 빠졌다”는 점에서 냉가슴을 쓸어내렸다. 차입(LBO) 비율 제한은 강제성이 없어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투자기업 자산 매각 및 배당 제한, 볼트온 제한, 의무공개매수 등은 이번 금융위 안에서 제외됐다.

반면 운용사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모펀드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내부통제와 정보 공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사모펀드 대표 A씨는 “기관투자자(LP)나 금융당국에 대한 정보 공개 확대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라며 “사모펀드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투명성은 필요하다는 점에 업계도 공감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방향성”이라고 짚었다.

없던 규제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보고 체계가 정비되는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형 사모펀드 대표 B씨는 “기존에도 금융위나 금감원이 요구하면 언제든 관련 자료를 제출해왔다”며 “비정기적으로 보고하던 사항이 상시화되는 정도로, GP 입장에서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해외 눈높이에 맞게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공제회·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C씨는 “LP 보호 측면에서 준법감시인 선임과 정보 제공 확대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며 “LP 입장에서도 GP가 어떤 투자 결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일일이 묻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적격 대주주 퇴출 역시 GP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D씨는 “GP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운용이나 부당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돼 왔다”며 “불법·부당 행위에 대한 제재와 투명성 확대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급’ 규제는 쟁점…여전한 형평성 논란

다만 GP에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은 ‘역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소수의 전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의 강도와 범위를 보다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대한 법령 위반이 1회만 발생해도 GP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대형 사모펀드 대표 E씨는 “GP의 고객인 LP와 금융회사의 고객인 일반 소비자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이번 규제가 첫걸음일 텐데 향후 더 강화될 경우 국내 PEF와 자산운용사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은 개인의 일탈 성격이 강한데, 금융회사조차 경고·문책·과징금 등 단계적 제재를 적용한다”면서 “GP만 곧바로 등록 취소로 가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사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여부 또한 논란거리다. 규제 적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PEF는 물론, 제재 수단이 세분화된 금융회사와 비교해도 국내 PEF만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계 사모펀드 대표 F씨는 “PEF가 지켜야 할 법과 규제는 금융기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대형 GP조차 인력이 20~30명 수준인데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준법감시인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GP 규제가 출자자인 LP의 이해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기관투자자 G씨는 “이미 투자한 GP의 등록이 취소될 경우 자금 회수와 운용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대한 법령 위반의 범위와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LP 역시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