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中企대출 증가율 1%대…4년전 10분의 1 수준

2021년 1분기 16.3%올 3분기 1.6%
중기 이자지급능력 저하 은행 신중
내년 RWA제도 개선…대출증대 개대


정부가 하반기 들어 기업 투자 확대 등 생산적 금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1%대로 낮아져 약 4년 전에 비해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중소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내면서 건전성 관리 부담을 의식한 은행권이 아직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6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2021년 1분기 16.3%를 기록한 이후 2022년 4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평균 1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그친다.

대기업 대출 증가율도 지난해 2분기 12.%를 기록한 후 내리 줄어 올 3분기 3.9%로 급감했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상 기업대출 역시 1.5%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기업대출 총 규모는 194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06조원) 대비 1.9%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중에서는 올 1·3분기 비교 시 ▷조선 3.2%→-6.5% ▷석유화학 11.5%→3.4% ▷철강 9.8%→3.4% ▷기계장비 3.0%→1.1% 등이 대표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은행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은 신중한 기류로 파악된다. 통상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을 선호하는 편이다.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아 건전성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4.0배에서 2025년 상반기 4.8배로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0.7배에서 -0.5배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치며 여전히 이자상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기업들의 이자지급능력은 개선되었으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지속 중”이라며 “올 상반기 국내은행은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RW(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 등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한은은 정부가 추진하는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이 기업 대출 여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높인 대신 주식·펀드 등에 대한 RW를 낮출 예정이다. 이에 한은은 “생산적 금융 촉진을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은 주담대 신규취급 여력을 제한하고 기업 신용공급여력 확대하면서 은행 자산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목했다.

지난달 들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조단위 생산적·포용 금융 공급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여전히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서 위험 대비 이자수익률이 높아 여전히 가계대출 취급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자수익 의존도는 77.8%로 주요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영국(61.3%), 미국(57.3%), 캐나다(50.8%)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금리 인하 등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국면에서 신규 취급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은행이 수익 확보 차원에서 주담대를 늘릴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에 은행권의 주담대 축소를 유인할 수 있다는 장치를 마련하고 기존 대출의 상환을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만기일시상환 대출이 반복적으로 연장되는 관행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가계대출이 급증할 때 규제자본의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도입,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 등을 통해 은행 규제비용이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담대 취급 유인이 약화되고 생산적 금융을 촉진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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