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사업구조 다변화 기회
엔비디아엔 日 이비덴이 사실상 독점 공급
구글·아마존·AMD·테슬라 겨냥 틈새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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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의 부산사업장은 고성능 반도체 기판 ‘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FC BGA)’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전기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 맞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형 반도체(ASIC)가 급부상하면서 2026년 새해 삼성·LG 부품업체들의 기판 사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나란히 신사업으로 공들이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 ‘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FC BGA)’가 올해 제2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FC BGA는 PC를 비롯해 서버, 네트워크,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들어간다. 전자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인 셈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FC BGA는 일본 이비덴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꽉 잡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구글·아마존 등 ‘반(反) 엔비디아’ 진영에 있는 기업들 역시 FC BGA를 손에 넣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기, LG이노텍 같은 후발주자에게 기회로 꼽히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비덴은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11% 증가한 610억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FC-BGA가 포함된 전자(Electronics)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20%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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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 고성능 반도체 기판 ‘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FC BGA)’. [삼성전기 제공] |
세계 1위 AI 가속기 회사인 엔비디아를 선점한 효과가 컸다. 이비덴은 엔비디아에 호퍼부터 블랙웰·루빈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FC BGA를 공급한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판매 증가에 따라 이비덴도 덩달아 수혜를 누리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선점한 것과 달리 FC BGA는 국내 부품사들이 일본에 한 발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자체 개발한 ASIC이 FC BGA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FC BGA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기판 사업에서 FC BGA가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넘어서며 주력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기의 FC BGA 매출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하며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구글·아마존·브로드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올해 물량을 일찍이 완판했다.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MD의 AI 가속기 ‘MI300’와 ‘MI400’에도 삼성전기의 FC BGA가 들어간다. 또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고객사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탑재될 경우 FC BGA 공급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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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이노텍의 FC BGA 생산기지가 위치한 경북 구미 드림 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 |
FC BGA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삼성전기는 베트남 신공장 캐파(CAPA·생산능력)까지 적극 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이비덴 역시 일본 내 캐파를 늘리고 신규 공장의 조기 가동도 검토할 만큼 FC BGA의 수요는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넘쳐나는 수요는 LG이노텍에게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매출의 약 80%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선 FC BGA 사업의 빠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빅테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FC BGA 테스트를 진행 중인 만큼 올해 고객사 추가 확보가 점쳐진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 두 곳로부터 PC용 FC-BGA 수주를 받아 양산 중이며 올해 서버용 FC-BGA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버용 FC-BGA는 PC용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높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높다.
LG이노텍은 2027년부터 FC-BGA 사업에서 본격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조 단위 매출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해 9월 현장 경영에서 FC-BGA를 필두로 반도체 부품 시장에서 ‘키 플레이어’로 자리잡아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