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쓰러졌는데 지갑 꺼내 90만원 결제만” 방치 끝 사망

유흥업소.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제주경찰청]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업주와 4명의 종업원이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최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B(30대)씨와 직원 C씨 및 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직원 3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 24일 부산의 한 유흥주점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노래방 호객 행위로 피해자 A씨에게 말을 건넨 뒤 업소로 데려와 주점의 한 방에서 여성 접객원과 함께 술을 마시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접객원은 A씨에게 다량의 술을 권했고 그는 결국 만취해 의식을 잃었다.

이후 접객원은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손가락 지문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려다 실패했다. 이어 다른 직원은 A씨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91만원을 결제한 뒤 연이어 132만원을 결제하려 했으나 잔액 부족으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음에도 업주와 종업원들이 병원으로 옮기거나 구조 요청을 하지 않고 약 3시간 20분 동안 방에 홀로 방치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일부 식품위생법 위반 및 사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A씨 사망과 관련한 책임은 전면 부인했다. A씨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고, 방치할 고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B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B씨는 A씨가 쓰러진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고, 다른 직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사망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측 변호인은 “A씨는 많아도 양주 한 병 정도를 마신 것으로 보였고,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단순히 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렸을 뿐, 생명이 위급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각각 증인을 신청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3월 20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 신문을 통해 사건 경위를 본격적으로 심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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