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 원유 美로 가져와 판매…내가 수익 통제”

“판매대금 내 통제아래 두고 베네수·美국민 위해 사용”
최대 30억달러 규모…‘中, 베네수 원유 최대 수입국’ 제동
美, 석유 인프라 재건 속도전…금수조치 해제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제재 대상이었던 고품질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같이 밝힌 뒤 “이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며, 판매 대금은 미국 대통령인 나의 통제하에 둬서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게시했다. 이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게 이 계획을 즉각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당 원유는 저장선을 통해 운송돼 미국 내 하역 항구로 직접 반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0만 배럴은 시장 가격으로 최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전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은 양측 당국자들이 시작한 협의에서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과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 정유사들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유매장량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3000억 배럴이 넘는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이다. 그러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서 마두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좌파 정권을 거치며 석유 산업이 쇠락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7년 석유 사업을 국영화했고,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회사들이 투자한 인프라를 몰수했다. 이후 두 회사는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고,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다. 여기에 석유 인프라도 노후화 되면서 원유 생산량은 매장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도록 지시했다. 이 조치로 유조선과 저장탱크에 적재됐던 수백만 배럴의 원유는 출하되지 못한 채 묶여 있었다. 베네수엘라 원유 기업들은 적재 공간이 없어 생산량까지 줄였다.

미국은 적시에 이 틈을 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축출 직후인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아주 규모가 큰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석유회사들을 만나겠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국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인프라를 되살려 생산량을 늘리는데 1년 반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재편은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유전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면서 국내에는 물가 이슈를 희석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미국의) 석유 회사들과 만나겠다”며 “이를(베네수엘라 석유 확보) 통해 실질적인 석유 가격은 훨씬 더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이 해상 봉쇄에 들어가기 전까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물량의 최대 80%가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재편하게 되면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미 남부 걸프 연안 정유시설들이 대표적인 수혜처로 거론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정제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여건만 마련된다면 민간 부문에서 상당한 수요와 관심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제재 완화가 지연될 경우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자체가 ‘붕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왔다. FT는 미국이 해상 봉쇄를 유지할 경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현재 하루 약 90만 배럴 수준에서 최대 60만 배럴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봉쇄 이후 생산량은 약 8% 감소했으며, 추가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축출 이후에도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가 마약 차단, 적성국과의 석유 거래 중단 등 미국의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봉쇄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봉쇄 장기화가 오히려 국제 유가를 자극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에너지 호황’ 구상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