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3.7조 베팅…또 치솟은 환율

환율 방어 ‘백약이 무효’
원/달러 환율 장중 1470원 넘어
새해 美주식·채권 25억弗 순매수
서학개미 급증에 엔화약세 동조
기준금리 결정 앞둔 한은 고심



결국 백약이 무효했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파격 세제 혜택을 꺼냈다. 증권사엔 해외주식 마케팅을 중단하라며 시장 질서에 반하는 압박과 규제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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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심리는 오히려 가속되는 형국이다. 올해 들어 2일부터 12일까지 열흘 동안 순매수한 해외 주식·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열흘 만에 지난해 12월 전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서학개미의 대규모 해외 투자에 이어 최근엔 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까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을 옥죄고 있다. 국내 증시의 벨류업이 이뤄지지 않는한 해외투자를 국내투자로 돌리려는 각종 ‘당근과 채찍’도 ‘반짝 효과’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2일부터 12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채권 순투자 규모는 30억7542만달러(약 4조5101억원)에 달했다. 이 중 미국 주식에만 25억4358만달러(3조6795억원)가 유입됐다. 지난해 연말 세제 요인과 환율 부담으로 감소했던 해외투자는 연초 들어 다시 확대되는 중이다. 12월 해외 주식 및 채권 순매수액은 24억8213달러였지만, 이미 1월 들어 이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확대는 원화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1월 들어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선 장중 1473.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치는 해외투자를 포함한 달러 사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최근엔 국내 주식에서 외국인 순매도까지 겹쳤다. 12일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359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오전 9시 25분 기준) 2182억원을 순매도하며 원/달러 환율을 압박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461.3원에 출발한 환율은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주식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나오면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시마다 달러를 사들이는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되면서 정부의 구두 개입 이후 환율이 잠시 조정을 받으면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수입 결제 수요와 함께 4분기 높은 환율 부담과 연말 세제 요인으로 주춤했던 거주자 해외 주식 순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환율이 레벨을 낮출 때마다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방 압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대비 우상향할 수 있다는 ‘벨류업’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수익률을 좇아 투자하기 보다 미국 기업의 기술력을 보고 믿음에 기반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장기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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