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논란, 기후부 출범 우려가 현실 됐다?[세종백블]

규제 중심 환경정책에서 산업 핵심인 에너지 총괄…물·기름 섞은 상태
“‘지구행성 지키미’ 정치인 에너지정책 수장, 정면 돌파보다는 표 인식 경향”


지난해 9월 30일 정부세종청사 외벽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후 산업과 에너지 정책이 분리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는 지난해 10월 1일 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다루는 ‘공룡부처’로 출범했다. 원전 등 기존 전력원에 대한 규제 중심 업무를 맡아온 기존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에너지 정책까지 총괄하는 형태로 출범당시 ‘물과 기름’을 한데 두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18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정치인 출신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말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전기가 풍부한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권을 중심으로 새만금 이전론까지 거론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가 발표되면서 윤곽이 나왔다. 이후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3월 국가산업단지로 확정돼 정권을 초월해 추진돼 온 국가 핵심전략 사업이다. 여의도에 맞먹는 777만㎡ 규모로, 전력·용수 확보를 위한 발전소와 송전망, 도수관로까지 국가 계획에 반영돼 있고 보상과 행정 절차도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나 김 장관이 이전론 불씨를 던지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과 맞물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이 산업정책에서 환경규제 중심인 기후부로 이관되고 정치인이 에너지정책의 수장을 맡으면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지방이전 논란이 일어났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가의 시각이다.

‘지구행성 지키미’를 자처하는 김 장관은 국회에서 친환경 입법을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이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기후·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각종 공약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에너지를 산업보다는 환경중심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경력 소유자라는 평가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0월 1일 출범한 기후부는 환경, 기후,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매머드급 부처다. 기존 환경부 조직에 에너지 관련 정책을 다루는 산업부 2차관실 산하 조직을 이관해 합쳐 출범했다. 이로써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합친 상공자원부가 만들어진 후 32년 만에 규제 부처가 에너지 정책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물과 기름’을 한데 두는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우세하다.

기존 산업부와 환경부 이원 체제일 땐 에너지 현안에 관해 서로 토론하고 견제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기후부 출범전후 에너지정책이 AI(인공 지능) 산업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기업의 애로사항 수렴보다는 규제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가 제기됐다.

또 기후부 출범이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지방이전론과 함께 주민 반발에 지연되고 있는 ‘동서울변환소 증설 사업’도 다른 부지 이전을 물색하고 있다.

동서울변환소 증설 사업의 공식 명칭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초고압 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이다. 동해안부터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280㎞ HVDC 송전선로의 서울 쪽 종단설비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노선으로 꼽힌다.

경기 하남시 감일신도시 등 동서울변전소 주변 주민은 변환소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소음이 건강과 생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변환소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하남시도 주민들의 반대가 강하자 변환소 증설 관련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한국전력에서 다른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하남시 주민간담회를 통해 다른 부지 물색을 검토의사를 전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앞서 한전 관계자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주민이 요구한 팔당댐 상수원보호구역 내 부지, 동서울변전소 인근 다른 마을, 동서울요금소 인근 옛 미군 기지 터 등을 대체 부지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대체 부지로 언급한 부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동서울변환소 증설 관련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하남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 작년 하남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과를 얻어 낸 바 있다.

이처럼 한전은 그간 동서울변전소 내 변환소를 증설하는 것이 문제가 없고,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가 돌연 대체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에너지정책 수장인 김 장관의 의중을 한전에서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에너지정책 수장인 ‘지구행정지키미’를 자처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와 동서울변전소 사업 추진과정에서 현재 정면돌파보다는 표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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