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무기로 법제화 추진 동력 흔들어
국내 기업에 ‘역차별’ 불똥 튈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한국 관세 ‘25%’ 복원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국내 디지털 관련 규제가 관세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측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을 거듭 밝히면서 망사용료, 고정밀지도반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등 국내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관련 이슈들이 추진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자칫 미국 빅테크는 규제를 피하고 국내 기업만 부담이 가중되는 역차별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28일 IT업계에서는 미국 측이 지목한 한국의 대표적 ‘디지털 규제 장벽’으로 ‘온라인 플랫폼법’과 빅테크 기업의 망사용료 부과,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이슈 등을 꼽고 있다.
당장 미국 측은 최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1수신자로 발송한 서한에서 망사용료를 뜻하는 ‘네트워크 사용료’를 직접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사용료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미국 빅테크들이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지만 정작 제대로된 망사용료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불거진 문제다. 네이버 등 국내 대표 플랫폼사들은 망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과도 차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형평성 차원에서 미국 빅테크의 망사용료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빅테크들은 이용자들이 통신사에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추가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갈등으로 소송을 벌였다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일단락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빅테크들의 망이용료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다시 시작됐지만, 이번 관세 협상에 따라 법제화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 역시 부담이다. 구글은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대 1 축적의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정부는 구글이 2016년 해외 반출을 요구했을 당시 안보상의 우려 등을 이유로 불허했고, 구글의 거듭된 요청에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는 구글 등에 고정밀 지도 반출과 관련한 서류 보완을 요청한 상태로, 국외반출 협의체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번 관세 사태가 정부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온플법 역시 법제화까지 진통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지정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막는 법안이다. 미국 측은 이 법안이 미 빅테크 겨냥한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국내 IT업계는 자칫 이번 사태 불똥이 국내 기업에만 떨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는 규제의 칼날을 피해하고 그 여파가 국내 기업에만 역차별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며 “미국 빅테크의 국내 영향력이 커진 만큼, 국내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언급했다.
박세정 기자



